수능 중에 원서 확인해 "마음에 든다" 연락
1심 "부적절…현행법상 처벌은 안 돼" 무죄
2심 "입법 목적 저해…처벌 가능하다" 집유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에 수험생 응시원서의 개인정보를 보고 사적 연락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시 감독관이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앞서 1심은 수능 감독관은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사람에 불과해 이를 이용한 사정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이같은 판단이 오히려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는 입법 취지를 저해한다며 유죄 판단을 내렸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최한돈)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2)씨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A씨가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로서 이를 제공받은 목적 외 용도로 사용했다고 봤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 처리자’란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 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을 말한다.
앞서 1심은 A씨의 행위가 부적절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수능 감독관은 ‘개인정보취급자’에 불과해 개인정보보호법 따른 처벌 규정이 없다고 무죄 판결했다.
1심은 이 사건에서 개인정보처리자는 교육부 또는 지방교육청이기 때문에 개인정보취급자에 불과한 A씨가 개인정보보호법이 별도의 금지 규정을 두지 않은 ‘이용’ 행위를 한 것만으로는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개인정보취급자일 뿐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1심 판단은 개인정보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까지 저해하는 것이어서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에서 정한 ‘개인정보취급자’란 다른 사람을 통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경우에 상응하는 개념”이라며 “오로지 개인정보 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파일 운용에 직접 관여하는 행위를 하는 자”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A씨는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수능 감독관으로 임명돼 시험감독 업무를 위해 수험생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받은 것이므로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포섭된다”고 판단했다.
즉 항소심은 1심과 달리 수능 감독관인 A씨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규정한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공받은 정보에 대한 범위를 초과해 이용한 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의 연락처를 수능 감독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아니고 과거 근무하던 학원의 아는 사람과 착각해 검색해 알게됐다’, ‘카페에서 우연히 점원이 불러주는 전화번호를 들어 알게됐다’ 등의 변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