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인터뷰 네이버 AI 연구조직 이끌다 창업…팀 구성부터 사업화까지 컨설팅 추천과 이미지, 비전 기술 전수…韓 기업 美中처럼 기술 지향적
네이버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시대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을 총괄해온 인물이 회사를 박차고 나와 AI 기업을 차렸습니다. 네이버 AI 연구조직 클로바 사내법인(CIC)을 이끌었던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48·사진)입니다. 지난달 네이버에서 나온 김 대표는 AI 트랜스포메이션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팀 빌딩(구성)부터 사업화까지 지원해주는 AI 종합 컨설팅을 해주고자 지난 주 창업했습니다.
김 대표는 구미전자공고를 졸업하고 대구대에 입학해 학부 시절 국내 1세대 엔진인 ‘까치네’를 만든 유명 개발자이기도 합니다. 이후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산타크루즈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현재 홍콩과기대 교수를 겸하고 있기도 합니다.
개발자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기업에서 나온 이유는 뭘까요. 국내에서 AI를 제일 잘 개발하는 기업에서 나와 새로운 AI 기업을 차린 이유도 궁금했습니다.
2017년 ‘모두를 위한 딥러닝’ 강의(AI 기술을 소개하는 김 대표의 유튜브. 20일 현재 구독자는 5만2000여 명, 영상 누적 조회수는 700만 뷰에 달한다.)를 만들 때와 같은 심정이었어요. 당시에는 AI라는 게 정말 세상을 바꿀 것 같은데 AI를 잘 몰랐었죠. 저도 공부하고, 다른 사람들도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어요.
3년 전에는 AI에 대해서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AI가 상용화될 수 있는 정도로 기술이 올라왔어요. 회사 서비스에 적용하면 매출 30%를 오르게 만들 수 있는 식으로 말이에요. 그런데 이것을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AI를 비즈니스에 적용했으면, 실행에 옮겼으면 하는 심정으로 창업했습니다.
사업 기회를 찾은 건 네이버에서의 경험이었어요. AI 기술을 갖고 있는 저희 같은 회사들이 있는 반면 비즈니스에 AI를 적용해서 풀어야하는 문제를 갖고 있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두 팀이 의사소통할 계기가 별로 없었죠. 저는 네이버에서 AI 팀 빌딩부터 시작했어요. 3명에서 시작해 250명 규모까지 꾸렸죠. 이 팀에서 AI 기술을 내부 서비스에 접목했고, 외부 기업들에 전수해 매출을 내보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들을 발견해냈고 이를 사업화해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기업들이 가진 공통 문제란 무엇인가요.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AI 팀 빌딩부터 애로사항을 겪고 있어요. AI팀이라고 세팅을 했지만 구성원은 두세 명에 불과한 곳들도 있죠. 더군다나 3개월 만에 팀을 바꾸거나, 성과가 안 나면 압박하기도 합니다. 이래서는 누구도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성공시킬 수 없을 겁니다.
팀이 어느 정도 꾸려지면 연구를 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성과물을 내야하죠. 업계에서 ‘이 팀은 정말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구나’라는 소문이 들릴 정도로요. 이렇게 되면 덩달아 더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돼요.
그런데 연구로만 끝나면 안 됩니다. 이를 ‘엔진화’해야 합니다. 광학적 문자 판독장치(OCR)이 됐든 자연어처리(NLP)가 됐든 여러 방면에서 적용 가능한 근간 기술들을 개발해야한다는 뜻입니다.
그 다음은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일입니다. 앞서 언급한 AI콜과 같은 것들 말이죠. 마지막으로 이런 서비스들을 실제 사업화해야만 합니다. 타 기업들에게 서비스들을 판매하는 것이죠.
이렇게 AI 팀 빌딩부터 사업화까지 전체 사이클을 돌아본 경험을 가진 기업들은 없습니다. 저희가 기업들에게 이런 사이클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해요. 해당 기업의 AI 프로젝트에 저희 인력이 전체의 약 20% 정도 참여해 3~6개월을 함께하며 한 사이클을 돌게 되면 지속가능한 팀이 될 겁니다. 해당 기업에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역량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올해에는 인력 제약 상 다섯 개 정도의 기업과 이 같은 컨설팅을 함께할 계획입니다.
―말씀 들어보면 팀 빌딩이 중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까지 AI 인재 구하기에 혈안이라 사람 뽑기가 쉽지 않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떻게 좋은 사람들을 구해올 수 있을까요.
엔지니어들이 해외로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요. 가장 큰 이유는 해외 기업들이 압도적인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해외 기업의 유명 개발자, 스타 개발자와 일하기 위해서 입사를 희망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유학 가듯 공부하러 해외 기업에 취업하려 하는 것이죠. 돈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정작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에 취업해도 유명 개발자와 일하기란 어렵습니다. 혼자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AI 조직을 세팅하기 위해 유명 개발자를 모셔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특히 연차가 어린 개발자들에게 ‘이런 유명 개발자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하는 것이죠. 실제로 그것이 그들의 역량 향상에 더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네이버에서 AI 인재를 수백 명까지 늘릴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들은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알아서 잘 할 것 같기도 한데… 수요가 많은가요?
국내에서 가장 좋은 AI팀을 꾸려본 경험 덕분에 대기업 회장급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의사결정권자들과 지속적으로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조사, 통신사, 금융회사 등과 사업 협력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기술적으로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AI 측면에서의 기술적인 난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가 추천(예측), 두 번째가 비전(이미지), 세 번째가 음성입니다. 추천 기술은 빠른 혁신을 이루고 있는데요. 이커머스에서 소비자들이 살만한 물건을 예상해 AI가 추천해주면 매출의 30% 이상을 끌어올린 사례도 있습니다. 이미지 기술은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소상공인들이 쇼핑몰에 자신의 물건 이미지를 올리고 있는데요. OCR 기술을 통해 검색되지 않는 이미지를 노출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음성 기술은 대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보험 가입, 식당 예약 등에 AI콜이라는 형태로 많이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NLP 기술을 통해 사람이 말하는 것을 이해한 뒤 업무를 처리해주는 기술이죠. 이런 기술들이 필요한 기업들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발굴해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특히 OCR이나 NLP는 언어 장벽이 없는 기술이거든요.
―이런 사업을 네이버에서 하셔도 되지 않았을까요.
네이버에서는 협력하고 있는 기업들에 AI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소스코드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개별 기업들은 자신들의 데이터에 맞게 AI 알고리즘을 변형할 필요가 있는데 협력을 요청한 기업으로부터 소스코드를 받지 못해 AI 기술 고도화와 사업화에 한계를 느끼죠. 업스테이지는 그 설계도를 기업들에게 다 넘겨줄 생각입니다.
이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AI 기술 속도가 너무나도 빠르기 때문입니다. 6개월이 지나면 기존의 소스코드는 이미 구식이 되어버리죠. 그런 측면에서 빠르게 기술을 공유하고 같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로서는 소스코드 제공을 안 함으로써 네이버가 잘 되는 것을 바라는 당연한 의사결정이고, 저는 설계도를 제공함으로써 전 세계 AI가 잘 되는 것을 바랄 뿐입니다.
그렇다고 네이버와 협력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AI 전문가로서 한국 기업들의 AI 역량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한국 기술 수준은 높다고 봅니다. AI 스피커가 단적인 예시일 텐데요. 미국에서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애플,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샤오미 등이 내놓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나 인구로 따져 봐도 한국은 열세인데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등 많은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죠. 한국 기업들이 굉장히 도전적이고 기술 지향적이라는 얘기입니다.
―AI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회사에서 스몰 빅토리(작은 승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승리들을 만들어서 직원들로 하여금 ‘내 업무에서 AI를 도입하면 효율성이 올라갈까’라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어야 해요. 전 직장에서 구성원들이 항상 했던 질문도 ‘이 부분에 AI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였어요. 그렇게 하다보면 재밌는 것들이 많이 나오게 될 겁니다.
신무경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