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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 당시 간첩으로 몰려 기소된 고(故) 심진구씨 재심에서 고문은 없었다고 위증한 옛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현 국정원) 수사관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유석동 이관형 최병률)는 21일 위증 혐의로 기소된 옛 안기부 수사관 구모씨(76)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심에서 자백하고 있으나 위증을 한 사건은 2013년 7월에 이미 확정돼, 이를 형에 감경 또는 면제 사유로 삼을 수 없다”며 “1심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특수한 시대적 상황을 언급하며 선처를 바라고 있으나, 위증을 한 2012년 4월 당시에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도 아니었다”며 “심씨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피고인이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은 1심 과정에서 모두 현출됐다. 양형기준에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 당시 안기부 수사관이던 구씨는 2012년 4월 심씨 재심사건에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심씨가 영장없이 연행돼 안기부에서 고문당한 것을 알고도 고문한 사실이 없다고 위증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 구로구에서 노동운동을 한 심씨는 주사파 운동권 대부로 ‘강철서신’을 쓴 김영환씨와 가까이 지낸 사실이 드러나 1986년 12월 영장 없이 안기부로 연행된 뒤 37일 동안 구금돼 조사를 받았다.
당시 구씨를 포함한 수사관들은 심씨의 자백을 받아내려 폭행하거나 잠을 못 자게 하는 가혹행위를 했다. 심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987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안기부 수사관들이 심씨에게 한 고문 등은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이 불가능했다. 심씨의 딸은 구씨의 위증죄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인 2019년 3월 구씨를 위증죄로 고소했다.
1심은 구씨는 가혹행위를 저지른 뒤 무려 34년간 자신의 범죄에 대해 심씨와 가족에게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진술을 수시로 바꾸며 법의 심판을 피하려 했다“며 ”오히려 심씨와 그 배우자 진술이 허위라고 적극 주장하며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구씨가 고령에 인지장애와 지병이 있음에도 실형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심은 ”구씨가 심씨에게 저지른 가혹행위는 공소시효 완성으로 더는 처벌할 수 없게 됐다“면서 ”구씨가 법정에서 ‘심씨를 고문하지 않았고, 다른 수사관들도 고문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한 것은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