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회 자동차산업 발전 포럼 현장. 자동차산업연합회 제공
변종국 산업1부 기자
설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 중 미래차 관련 부품을 생산하거나 개발 중인 기업은 39.6%에 불과했다. 기업 규모에 따라서 대비 정도에도 큰 차이가 났다. 매출 1000억 원 이상 기업들은 62.7%, 매출 500억 원 이상 1000억 원 이하의 기업들은 56.7%가 미래차 부품 생산 또는 개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매출 500억 원 미만 기업들은 16.1%만 미래차 전환기를 대비하고 있었다.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대비에 작은 기업일수록 취약했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부품 생태계가 흔들리는 건 국내 자동차 산업이 흔들린다는 의미일 수 있다.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데 최소 3년에서 최대 6년 정도가 걸린다고 보고 있다. 부품 1개를 양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13억1500만 원이라고도 추산한다. 오랜 기간 큰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데, 기업들은 아직도 자금 확보를 못해 절절매고 있다. 투자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최소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등 특별 대출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아예 금융권이 직접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자는 방안도 눈여겨볼 만하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이날 “이상에 치우친 정책보다 현실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0개의 보여주기 식 정책보다 기업들이 진짜 원하는 한 가지 정책이 더 실효성이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 부품사들은 수년간 지속된 제조업 침체로 이미 재정난에 허덕이는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또 한번 타격을 입었다. 미래를 준비하기엔 체력이 허약한 상태다. 하지만 부품 경쟁력 없이 미래차 강국은 불가능하다. 제대로 된 미래차 정책이 시급한 이유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