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2> 모스 신호 淸시인 황준헌, 그리운 임 소식을 이별때 눈물 같던 전보에 묘사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모스 신호… 수신여부 모르지만 끝없이 보내 단절과 부재도 마음은 막지 못해
영화 ‘기생충’에서 지하실에 숨어 사는 기택(송강호)이 오랫동안 보지 못한 아들 기우(최우식)에게 불빛으로 모스 신호를 보내기 위해 편지 사연에 맞춰 모스 신호를 적고 있다. 동아일보DB
황준헌은 사신으로 영국에 가서 ‘금별리(今別離)’를 썼다. 금별리는 ‘오늘날의 이별’ 쯤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 시인이 새롭게 붙인 것은 아니다. 고대 민간의 노래를 채집하던 관청의 이름에서 유래한 악부시(樂府詩)의 제목이다. 옛 악부시에 ‘고별리(古別離)’ ‘암별리(暗別離)’ 같은 이별노래가 있다. 시인은 사라진 옛 노래를 흉내 내 이별은 늘 있었고 또 언제나 현재적임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와이파이와 모스 신호는 각각 시대를 대표하는 통신기술이지만, 연결되지 않거나 전해지지 않는단 점에서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리움이란 어떠한 도구로도 전할 수 없는 것일까. 기기와 기기가 연결되어도 마음과 마음은 이어지지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기우는 아버지 기택에게 자신의 ‘계획’을 밝히는 편지를 쓴다. 시적 화자도 자신이 번갯불처럼 빠른 모스 신호가 되어 임 곁에 닿기를 꿈꾼다. 그러나 이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기에 그리움이 더욱 간절하게 우리 마음에 스며든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