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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전관변호사, 총장 모시고 문상”… 檢 “팩트부터 틀려”

입력 | 2020-10-22 03:00:00

2차 입장문 통해 새 주장 쏟아내
“檢 추적방식-통화법 전해 들어” 조력자가 누구인지는 안 밝혀
“술자리 접대 받은 검사 3명은 대우조선 수사팀서 함께 근무”




與 “공수처법 27일 심사 돌입”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들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추천위원 추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26일까지 (국민의힘의) 행동이 없다면 27일에 바로 법안소위를 열어 공수처법 (개정) 심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신동근 박범계 백혜련 송기헌 소병철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검찰 관계자들 용어를 써가면서 도주를 권유했다.”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구명 로비를 벌인 의혹을 받고 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이 21일 ‘김봉현 서신’이란 제목의 자필 입장문을 추가로 공개했다. 지난달 21일 작성해 16일 첫 입장문을 공개한 이후 닷새 만이다. 김 전 회장은 누군가로부터 검찰 수사팀의 추적 방식 등 도피에 필요한 상세한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자세히 적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관계자 누구로부터 들은 것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사실이라면 논란이 예상된다.

○ “도피 방법 조력” 주장, A 변호사 “허위 사실”

본보가 입수한 A4용지 14장 분량의 추가 입장문을 보면 “최초 라임 이종필 전 부사장(42·수감 중)이 도피했을 당시부터 검찰 관계자들의 도피 방법 등으로 권유와 조력을 받았다”는 대목이 있다. 김 전 회장은 조력자로부터 당시 검찰 수사팀의 추적 방법과 도피 당시 휴대전화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 하는지까지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野 “대통령이 특검 지시하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1일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국민을 납득하게 하려면 대통령이 특검 지시를 내리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김 위원장, 정진석 의원.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올 4월 23일 경찰에 체포될 때까지 5개월 가까이 도피 행각을 이어왔다. 올 1월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도주한 김 전 회장도 올 4월 이 전 부사장과 함께 은신처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사장에게 도피 기간 검찰 추적을 따돌리는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부사장은 김 전 회장이 보낸 직원을 통해 정기적으로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받았다고 한다. 이후 이 직원 등이 이 전 부사장의 차명 휴대전화가 든 봉투를 회수한 뒤 한강에 버리는 방식으로 증거를 없앴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사장에게 도피 당시 인터넷에 접속할 때 사용할 차명 아이디까지 제공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 등은 서울의 호텔과 경기 구리시의 아파트, 부산과 경남, 인천 등의 오피스텔 등을 짧게는 1주일, 길게는 3개월에 한 번씩 옮겨 다니면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이에 대해 A 변호사는 “도주와 관련한 김 전 회장 주장은 완전한 허위사실”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 “총장 등과 친분 과시”에 검찰 “신빙성 의문”


김 전 회장은 “검사 출신 A 변호사와 현직 검사 3명을 술접대한 것은 확실한 사실”이라며 “이들은 예전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6일 자필 편지로 ‘검사 술접대 의혹’을 주장한 뒤 법무부로부터 조사를 받았을 때) 사진으로 두 명(검사)을 특정해드렸고 나머지 한 명은 사진으로는 80% 정도만 확실해 특정 짓지 않았다”며 “당시 ‘쟤는 사람 잡을 때 눈도 안 감기고 산 채로 포를 뜬다’고 소개받았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자필 문건에서 검사 출신 A 변호사가 검찰 간부들과의 친분을 평소 과시했었다는 주장을 펴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김 전 회장은 “A 변호사가 제 앞에서 수많은 검찰 간부와 통화하고 친분을 과시하는 모습들을 보게 되고 또 사건 해결하는 능력들을 보게 되면서 더욱 신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또 “A 변호사로부터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당시 숨진) 수사관의 자살 사건 때 ‘총장님 모시고 상갓집 다녀왔다’는 말을 전해 듣고 엄청나게 가까운 사이구나 하고 신뢰하게 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김 전 회장 주장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당시 숨진 백모 전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현직이 아닌 전직 인사와 공식 일정에 등장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시 총장은 A 변호사가 아니라 사무국장, 비서실 인사 등과 조문을 왔다. 팩트부터 틀리다”고 했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