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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대부분 고령-지병… 고혈압 60대, 독감 백신 접종 이튿날 호흡곤란

입력 | 2020-10-22 03:00:00

10명 사망… 1명은 부작용 의심




텅빈 백신 접종실 21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에 설치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실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독감 백신을 둘러싼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한 10명 중 상당수는 60대 이상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었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유족의 요청으로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2명을 제외한 사망자 8명 중 6명은 60대 이상이었다. 나머지 2명은 인천의 18세 고교생과 서울에 거주하는 53세 여성이다. 사망자 8명 중 6명은 생전에 파킨슨병, 고혈압, 폐질환 등 각종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다. 질병관리청은 백신 자체의 문제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다.

○ ‘아나필락시스’ 가능성 있나

의료 전문가로 구성된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사망자 중 1명은 접종 직후 호흡 곤란이나 쇼크 등이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 부작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나필락시스로 판단하는 핵심적인 근거는 접종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사망자 한 명은 접종부터 사망까지 2시간 30분이 걸렸다. 이 사망자는 유족 요청에 따라 정확한 접종 경위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아나필락시스로 보기엔 시간이 너무 길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통상 아나필락시스는 접종 후 30분 이내에 즉각적인 반응이 나온다”며 “2시간 30분은 긴 시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검 결과와 함께 접종 직후 접종자들의 상태, 히스타민 등의 혈중농도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아나필락시스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사반도 부검 등 추가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중곤 예방접종피해조사반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은 “급성기 과민반응에 해당되는 병리 소견이 폐에 있는가를 유심히 관찰할 것”이라며 “다른 감염성 질환이 있는지도 참고해 사인과 백신의 관계를 확실히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나필락시스는 단백질 과민 반응이다. 독감 백신은 유정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한 제품이 많기 때문에 심한 달걀 알레르기가 있다면 접종에 유의해야 한다.

○ 기저질환 영향 미쳤나

사망자들의 사인과 관련해 생전 기저질환도 중요한 변수다. 고령에 지병이 겹쳐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9일 오전 9시 제주시내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맞고 21일 오전 사망한 B 씨(69)는 평소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다. 제주시에 따르면 B 씨는 접종 다음 날인 20일 오전 4시부터 몸살과 더불어 목이 아픈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이날 오후 11시 57분 호흡 곤란 증상이 발생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도착 직후 사망했다. 19일 오전 독감 백신을 맞은 뒤 21일 사망한 경기 고양시 거주 80대 남성 C 씨도 평소 당뇨와 고혈압, 심장동맥협착증, 뇌졸중, 녹내장 등 기저질환이 있었다. 그는 20일 낮부터 어지럼증을 호소한 뒤 21일 오전 11시 40분경 자택에서 쓰러졌다.

21일 오후 6시 47분경 경북 안동에서도 독감 백신을 접종한 70대 여성이 사망했다. 이 여성 역시 평소 고혈압, 당뇨, 부정맥, 심장질환 등의 기저절환이 있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0시 5분 파티마병원에서 사망한 A 씨(78)의 경우 약 5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았다. 만성폐쇄성폐질환과 부정맥 심박세동도 있었다. A 씨는 119 구급대에 의해 파티마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당일 오후 8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대구시의 분석 결과 A 씨의 직접 사인은 질식사였다. 독감 백신과의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 특정 백신이 문제가 됐나

사망자 9명이 접종받은 백신은 5개 제조사의 6개 제품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보령바이오파마(2개), 녹십자(1개), 한국백신(1개), LG화학(1개), SK바이오사이언스(1개) 제조 백신으로 조사됐다. 질병청은 제품이 제각각인 데다 특히 제조번호가 모두 달라 특정 백신의 문제에 의한 부작용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또 해당 백신을 같은 의원에서 같은 날 접종한 사람들의 중증 이상반응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 올 들어 백신 이상반응 신고가 부쩍 늘어난 이유에 대해 질병청은 상온 노출 및 침전물 발견 백신 접종자에 대한 이상반응을 적극적으로 조사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백신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상반응에 대해 신고하고 있어 늘어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약 3주간의 백신 접종 중단 조치로 인해 고령층 접종자가 최근 며칠 새 몰리면서 신고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70세 이상 접종이 시작된 19일 하루에만 183만 명이 접종하는 등 사흘간 약 300만 명의 고령자가 백신을 맞았다. 정 청장은 “초기에 많은 접종이 집중적으로 진행되면서 관련된 신고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은 83.5%였다.

김상운 sukim@donga.com·강동웅 / 대구=명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