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1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핵심 경합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를 찾았다. 8월 민주당 전당대회 후 온라인으로 측면 지원만 하던 그가 직접 유세 현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CNN 등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300여 대의 차량을 대동한 드라이브인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리얼리티쇼처럼 여긴다. 자신의 책무에 관심이 없고 본인과 친구들만 신경 쓴다”며 지도자여야 할 사람이 매일 거짓말을 하면 미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한다고 맹비난했다. 자동차를 몰고 모여든 지지자들은 경적을 울리거나 차 밖으로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다. 이날 연설은 유튜브 ‘조 바이든’ 채널을 통해서도 생중계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투표하라’(VOTE)는 글씨가 새겨진 검은색 마스크를 썼다. 부인 미셸 여사 역시 전당대회 찬조 연설 때 같은 문구가 새겨진 금목걸이를 착용해 화제를 모았다. 투표를 독려해 반드시 대선에서 이기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 우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한 점을 거론하며 여론조사 우위에 안심하지 말고 반드시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젊은층의 투표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트위터에 “양극화된 시기에 당신의 투표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참여하고 투표하라. 이것이 여러분 세대가 게임을 완전히 바꿀 방법”이라며 투표를 통해 ‘새로운 표준’(뉴노멀)을 창조하는 세대가 되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최고 스타로 꼽히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을 약 열흘 앞두고 지원 유세에 나선 것은 바이든 후보가 22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리는 마지막 TV토론을 준비하는 동안의 공백을 메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후보는 사흘째 유세 일정을 잡지 않은 채 델라웨어주 자택에서 토론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펜실베이니아를 이미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다음달 3일 대선 직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가 함께 직접 유세에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 같은 시기에 자국 내 첫 환자를 식별했다. 또 인구당 사망률은 미국의 1.3%에 불과했다”며 “다른 나라도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만큼 형편없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