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화재 형제’ 동생 빈소… ‘하늘나라선 아프지 말길’ 화환 유족 “조용히 장례” 조문 일부만 받아 丁총리 “유족 위로… 재발 방지 약속”
22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의 A 군(8)이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세상을 떠난 친구를 추모하는 리본이 철조망에 묶여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A 군은 지난달 14일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이려다 난 화재로 큰 화상을 입은 뒤 21일 숨을 거뒀다. 인천=뉴스1
22일 오전 인천 연수구에 있는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A 군(8)의 빈소에서 만난 유족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A 군은 지난달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형과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재가 발생해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21일 세상을 떠났다.
A 군의 외할아버지도 “작은손자는 원래 작게 태어나 더 애지중지 키웠던 아이인데 너무 애처롭고 안타깝게 갔다”며 “큰손자가 충격을 받을까 봐 차마 알리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조용하게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유족 뜻에 따라 가까운 친척과 지인 등 최소한의 조문객만 다녀갔다. 언론에서 소식을 접하고 빈소를 찾은 일반 시민도 있었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김화진 씨(78)는 현금 10만 원이 든 부의금 봉투를 꼭 쥔 채 “손자 같은 마음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A 군이 다니던 미추홀구의 초등학교에서도 추모행사가 열렸다. 학생들이 직접 흰색, 분홍색, 보라색 띠에 A 군의 명복을 비는 메시지를 적어 운동장에 있는 안전 펜스에 걸어놓았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이젠 편히 쉬어라’, ‘천국 가서 행복하렴’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친구야, 사랑해’ 글귀가 적힌 근조 화환을 들고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화재가 났던 미추홀구의 빌라 인근에 사는 이웃들도 A 군 소식에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형제의 집 앞에 잠시 멈춰 서서 “그렇게 죽다니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울먹이는 주민도 있었다. 형제가 자주 들렀다는 중국음식점 사장 이진영 씨(59)는 “사나흘에 한 번씩 꼭 왔던 아이가 하늘로 떠났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형과 동생 모두 인사성이 참 바른 착한 아이들이었다. 남은 형이라도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형제를 도왔던 학산나눔재단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재단 측은 21일 세상을 떠난 A 군이 좋아하는 캐릭터 옷과 신발을 갖고 싶어 해 당일 사러 가려 했다고 한다. 재단 관계자는 “이렇게 떠났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허망해했다.
인천=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오승준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김윤이 인턴기자 연세대 계량위험관리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