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30)가 외출한 집에서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재로 중상을 입은 인천의 ‘라면 형제’ 중 여덟 살 동생이 그제 하늘로 떠났다. 지난달 14일 화재가 난 뒤 37일간이나 병마와 싸웠고 한때 의식을 찾는 등 상태가 호전되기도 했다는데,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열 살과 여덟 살. 불이 나자 아이들은 다급하게 119를 눌렀지만 “살려주세요”만 외친 채 전화를 끊었다. 2분 뒤 이웃이 신고해 화재 위치 등을 알렸다고 한다.
▷형제는 오랫동안 돌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던 듯하다. 다만 어른들이 부실하면 아이들은 일찍 철이 든다. 형제는 늘 함께 다니며 서로를 챙겼다. 야심한 시각에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를 고르는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아이들의 힘든 생활을 눈치챌 수 있다. 한창 개구쟁이 노릇을 할 아이들이 비쩍 마른 몸으로 컵라면이니 도시락을 챙기곤 했다. 서로가 유일한 친구였다는데, 이제 형 혼자 남겨졌다. 어른들이 너무 많은 빚을 졌다.
▷아이들에게 부모 혹은 가족은 자신에게 주어진 전 세계와 같다. 그곳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아이들이 ‘내게도 돌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이웃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이유다. 형제가 끔찍한 화상을 입고 병원에 누워 있는 사이, 쾌유를 비는 성금이 2억 원가량 모였다. 아이들로선 그저 ‘천문학적 숫자’일 뿐인 2억 원보다 당장 편의점에서 쓸 수 있는 2만 원이 좋았을 것이고, 2만 원보다는 따뜻한 어른의 보살핌이 자연스러웠을 터다. 이번 동생의 사망 소식에 맘카페 엄마들 사이에서 “가슴 아프다” “안타깝다”만큼이나 “미안하다”는 댓글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