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판소리 수궁가의 주요 대목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국악그룹의 ‘어류도감’ 가사다. 한국 대표 어종이 나열됐지만 이 물고기 이름은 빠졌다. 자산어보에서는 푸른 무늬가 있어 벽문어(碧紋魚)라 했고,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옛 칼의 모양을 닮았다 하여 고도어(古刀魚)라고 불렀다. 비늘 없는 천한 생선이라 하여 제상에 올리지 않았으나, 안동지방은 올렸다. ‘해양수산인식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으로 작년까지 3년 연달아 1위에 올랐고, 올해는 오징어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물고기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지방이 한껏 올라 맛이 절정에 달하며 바다의 보리라 불리는 국민 생선이다.
고등어를 대량으로 잡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부터다. 일제강점기에 거제 장승포, 울산 방어진, 경주 감포, 포항 구룡포, 거문도 등지에 일본인 이주어촌을 건설해 고등어를 잡았다. 특히 통영 욕지도는 일본 건착선 500여 척, 운반선 290여 척이 조업할 정도로 고등어 집결지가 됐고, 1970년대까지 욕지도 좌부포는 고등어마을로 명성을 이어갔다.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2000년대 이후 연근해 어업에서 줄곧 3대 어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통영과 추자도 근해에서 잡히던 고등어를 이제 제주도 남방까지 가서 어획한다. 수온 상승과 남획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대형 고등어는 줄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작은 고등어가 많이 잡힌다.
고등어는 왠지 모를 그리움을 부르는 생선이다. 필자의 어머니가 밥상 위에 자주 올린 반찬이 시래기를 듬뿍 넣은 고등어조림이었다. 고등어 기름이 스민 시래기를 쌀밥에 올려서 먹던 맛, 주머니 사정이 가볍던 젊은 시절에 고갈비 골목에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추억. 그렇게 고등어 비린내는 훈훈한 온기로 각인됐다. ‘어머니와 고등어’라는 대중가요처럼.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 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 보다. 소금에 절여 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구일 먹을 수 있네.” 늦가을은 고등어의 계절이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