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상업 목적 아니라 기념품으로 구입”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이 사건에 “제재 위반 행위”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통일부가 유엔 대북 제재 무력화에 앞장”
대북 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 그림을 북한에서 구입해 국내에 반입하려던 혐의로 입건된 이승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전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 사건과 관련해 통일부가 당시 적발된 그림 등이 승인 없이 반입이 가능한 ‘기념품’에 해당한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고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 측이 밝혔다. 당시 사건은 올해 상반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보고서에 만수대창작사 관련 제재 위반 행위로 언급됐다.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지 의원실은 민주평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통일부가 당시 사건과 관련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여부를 묻는 인천지방경찰청 측 요청에 이 사무처장 명의로 세관에 유치된 물품이 기념품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구매 수량과 금액 등으로 볼 때 기념품에 속하기 때문에 통일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반입해도 되는 휴대품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통일부는 본보에 “현장 확인 결과 상업적 목적이 아닌 기념품으로 구입해 반입한 점 등을 고려해 휴대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처장은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을 맡고 있던 2018년 11월 해외동포 기업인들과 평양을 방문했다가 입국하는 과정에서 만수대창작사 그림 등 북한 물품을 반입하려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 사무처장은 당시 동행한 기업인의 그림 2점을 대신 맡아준 것일 뿐 본인이 그림을 구매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 사무처장에 대해 기소 유예 처분했다. 혐의가 인정되지만 통일부의 유권해석 등을 정상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평통 측은 “유사 사례에 비춰볼 때 이 사무처장이 재판을 받는다면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식 재판을 받기 위해)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 소원을 제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사무처장과 함께 방북했다가 북한 서적을 가져온 혐의로 기소된 최모 씨(42)는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1심 재판부는 무죄 판단의 이유 중 하나로 해당 물품이 기념품에 해당한다는 통일부의 유권 해석을 언급했다.
지 의원은 “북한 물품 반입 승인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대북 제재 물품 반입을 용인해주는 유권해석을 내려 유엔 대북 제재 무력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