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현재 약 4931만 명이 사전투표를 마쳤다. 이는 4년 전 대선 같은 시점 대비 8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대선 당일 투표소에서의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유권자들이 일찌감치 판단을 마친 데 따른 현상일 수도 있다. 사전투표 참여자 가운데 민주당원이 공화당원의 두 배에 이르고, 여성과 흑인 유권자의 참여 비율이 특히 높다고 한다.
▷부재자투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남북전쟁 때인 1864년 대선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당시 대통령과 조지 매클렐런 민주당 후보의 대결을 앞두고 13개 주는 군인 부재자투표 제도를 도입했고, 인디애나 등 4개 주는 대리투표를 허용했다. 당시 해당 주 안에서만 투표를 허용한 일리노이 주법 때문에 백악관에 머물다 투표를 못했던 링컨 대통령은 고향을 떠난 병사들만큼은 투표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쟁이나 질병 등으로 투표장에 나올 수 없던 유권자를 대상으로 했던 부재자투표가 우편투표와 조기투표로 진화한 것이다.
▷선거인단 확보가 과반이 될 무렵 패자가 승복해온 것은 미 대선의 전통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우편투표 부정을 핑계로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소송전으로 간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민주주의를 더 잘 이행하기 위해 만든 사전투표 제도마저 대결의 도구로 변질되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