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조니 미첼-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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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2020년 9월 롤링스톤의 두 번째 개정 순위가 발표됐다. 이 순위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누군가는 환호했고 누군가는 성토했다.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동안 다수의 명반 순위가 재미없게 느껴진 건 뻔했기 때문이다. 상위권 순위는 거의 정해져 있었고, 1위는 비틀스의 이름을 박아놓고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2012년 순위에서 비틀스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1위에 올렸고, 모두 4장의 앨범을 10위 안에 올렸다. 아무리 비틀스가 위대하다 해도 과하단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2020년 순위에선 비틀스의 이름이 사라졌다. 8년 전 1위를 차지했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24위까지 순위가 밀렸고, 10위 안엔 ‘Abbey Road’만이 자리했다. 비틀스 대신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건 솔 아티스트 마빈 게이다.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반이지만, 역설적으로 누구도 1위 자리에 오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대중음악의 역사는 ‘백인 (남성) 중심’의 음악을 중심으로 쓰여 왔기 때문이다.
위대한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의 ‘Blue’는 30위에서 3위로 수직 상승했다. 기타와 피아노, 목소리 정도가 전부인 단출한 구성이지만 음악 자체가 가진 힘은 여성 음악가의 앨범이 비틀스와 밥 딜런, 롤링스톤스의 위에 서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걸 증명해준다.
사랑과 이별, 관계, 불안 등에 대한 자기 고백을 담고 있는 음악은 그래서 지금 계절과도 잘 어울린다. 좋은 음악은 계절을 타지 않지만 분명 더 어울리는 계절은 있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 조니 미첼의 쓸쓸한 목소리를 들으며 시대의 변화를 생각한다. 어떤 음악도 시대와 분리되어 이야기되지 않는다. 꼰대 소리를 듣던 ‘롤링스톤’도 변화를 택했다. 덕분에 49년 전 음반을 다시 꺼내 듣는다. 계절은 깊고 음악은 더 깊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