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영구동토층이란 2년 이상 토양이 0도 이하로 유지되는 곳으로 대부분 북극이나 남극과 같은 고위도에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영구동토층이 녹는 문제는 해수면 상승과 연관돼 언급됐다. 해외에서는 물에 잠긴 뉴욕이나 베네치아, 국내에서는 물에 잠긴 부산을 예로 들어 그 심각성을 알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많은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것은 팬데믹과 영구동토층의 연관 관계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수만 년간 묻혀 있었던 고대 바이러스가 깨어날 수 있다. 이는 제2, 제3의 코로나19 즉, 팬데믹 시대 종식이 요원해짐은 물론이고 오히려 팬데믹의 상시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함을 뜻한다. 특히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는 현상이 본격화되지 않았음에도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상황은 이미 현실화했다. 2016년 여름 북극과 맞닿은 러시아의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에서는 12세 목동이 탄저병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갑작스러운 탄저병 등장을 영구동토층에 묻혀 있던 탄저병에 감염된 동물 사체가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공기 중에 노출돼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기존 바이러스의 활성화나 변형도 일어날 수 있다. 이미 사스(SARS)나 메르스(MERS)를 일으켰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끝없이 변이해 전염성 강한 코로나19로 재탄생한 것처럼 바이러스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을 등에 업고 인체의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변이된다면 인류는 끝나지 않는 팬데믹 시대를 맞이해야 할지 모른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가 일으킨 팬데믹으로 인해 매년 증가해왔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적으로 주춤했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의 경우 최대 18%까지 감소한 달도 있었다. 우리나라 역시 깨끗한 하늘과 공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다만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원래 자리를 찾고 있다. 결국 팬데믹은 우리에게 파국으로 가는 길과 그 길을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모두 보여주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 있지만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문제에서만큼은 팬데믹이 준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