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D―10]마지막 TV토론서 대북문제 격돌 트럼프 “엉망진창 北과 관계 개선” 바이든 “히틀러와도 관계 좋았다” 트럼프 “코로나와 함께 사는법 배워” 바이든 “함께 죽어가는법 배우는중” 마이크 음소거로 끼어들기 막아 이전 토론과 달리 차분하게 진행
나란히 인사하는 트럼프-포옹하는 바이든 부부 22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에서 열린 최종 TV토론을 마친 뒤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포옹하는 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 뒤편으로 청중에게 인사를 건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모습도 보인다. 토론회가 끝난 뒤 두 후보는 별도로 인사를 나누지 않고 각자 토론회장을 떠났다. 내슈빌=AP 뉴시스
○ 트럼프 “김정은과 좋은 관계” vs 바이든 “김정은은 폭력배”
미 남동부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크리스틴 웰커 NBC 앵커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대북 정책에 대해 뚜렷한 견해차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사상 최대 규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고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는 것이 배신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핵전쟁이 날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수백만 명이 즉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은 없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은 엉망진창이었고 (나의 취임) 초기 석 달은 매우 위험한 시기였다”면서 자신이 김 위원장과의 관계 개선으로 당시 긴장을 누그러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과의 전쟁을 막았다고 자찬하는 과정에서 서울 인구를 3200만 명이라고 잘못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김 위원장)는 오바마를 좋아하지 않았다. 정상회담을 하려 하지 않았다”며 자신만이 김 위원장과 회담할 수 있는 지도자임을 내세웠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우리는 히틀러가 유럽을 침공하기 전 그와도 좋은 관계를 가졌다”며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중국 비밀계좌 소유 논란에 대해 “비즈니스맨으로 여러 계좌를 갖고 있으며 중국 계좌는 대통령 출마 전에 이미 닫았다”고 해명했다. 바이든 후보는 자신과 아들 헌터가 러시아와 중국에서 돈을 받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혹 제기에 대해 “그 어떤 국가로부터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대선에 개입하려는 그 어떤 국가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트럼프의 ‘모범생’ 모드로 차분해진 정책 토론
두 후보는 토론 초반부터 서로를 향한 공격 수위를 끌어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고비를 넘겼고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자 바이든 후보는 2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실을 거론하며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죽어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남부 국경의 불법 이민자 자녀를 강제로 떼어 놓은 것을 “범죄행위”라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바이든을 향해 “47년의 정치 인생에서 말만 하고 행동은 없었다”고 받아쳤다.
이번 토론은 ‘난장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달 말 1차 토론에 비해 한층 차분하고 매끄럽게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발언을 메모하면서 경청했고, 노골적인 끼어들기 대신 웰커 앵커에게 “괜찮다면 내가 추가 답변해도 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주제마다 2분씩) 각 후보의 모두발언 시간에 상대 후보가 끼어들 수 없도록 마이크 음소거 조치를 한 덕분에 이번엔 여러 사안에 대한 두 후보의 선명한 견해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