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좋은여행의 변신을 알린 전면 광고. [사진 제공·참좋은여행]
‘해외여행 전문가가 만들면 국내여행도 달라집니다’. 해외여행 전문이던 참좋은여행이 10월 14일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게재하고 국내여행에 집중할 것을 선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여행업계의 시름이 깊어가는 가운데 위기 돌파 의지를 밝힌 것이다. 중대형 여행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과 대규모 인원 감축 등이 진행되며 여행업계 전반에 줄폐업 공포가 고조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여행업체 수는 2만1671곳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612곳이 줄었다. 대형 여행사들은 매 분기 실적 쇼크를 겪고 있다. 지난해 2분기 2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한 하나투어(전년 매출 7631억 원)는 올해 2분기 100억 원도 채우지 못했다. 세중(전년 매출 1531억 원)과 롯데관광(전년 매출 884억 원)은 상장사 매출 기준치(5억 원)를 채우지 못해 주권거래매매가 정지되기도 했다.
인원 감축도 진행 중이다. 자유투어(전년 매출 293억 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130여 명이던 직원을 상반기 30명대로 줄였고, 이달 들어서는 대표와 IT부서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도 휴직에 돌입했다. 롯데관광도 직원의 3분의 1을 줄였다. 10월 초에는 모회사가 NHN인 여행박사(전년 매출 293억 원)가 10명을 제외한 전 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250명이 넘는 대규모 인력 감축이 예상되는 가운데 여행박사는 8월 1일부터 예약을 받지 않고 있으며 일부 상담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다.
○ 해외여행 전문가가 만든 언택트 국내여행
참좋은여행(전년 매출 620억 원)의 상황도 녹록치는 않다. 1년에 50만 명의 여행객이 이용하는 국내 주요 인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로, 지난해 기준 월 50억~60억 원의 매출 가운데 95%를 차지하던 해외여행상품 매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0%를 기록 중이다. 8월 말까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실시하던 유급휴직도 끝나 9월 1일부터는 필수인력 50여명을 제외하고 3개월간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일시적이고 전면적으로’ 국내여행사가 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참좋은여행이상필 부장은 “당초 올해 말이면 코로나19와 관련한 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지금으로서는 2022년 여름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시간을 견딜 방법을 고민하다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리게 됐고 수백만 원 혹은 천만 원짜리 여행상품을 만들던 감성과 전문성으로 프리미엄 패키지를 내놓아 기존 국내 전문 여행사들의 당일 3만원, 1박 12만원 수준인 여행상품과 차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외여행 전문가가 만든 언택트 국내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인 상품은 12종이다. 단 한 팀만을 위한 제주, 순천, 하동, 통영 3일 혹은 4일 상품이 진행되며, 프리미엄 리무진 밴과 기사 및 가이드 서비스가 제공된다. 상품에 따라 2~8인 기준으로 진행되며 가격은 42만~139만 원대로 공급된다. 전면 광고가 나간 날, 걸려온 문의 전화만 200여 통. 투자비용이 크지만 여행사의 방향 전환을 널리 알린 홍보 효과 측면에서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참좋은여행의 변신을 알린 전면 광고. [사진 제공·참좋은여행]
참좋은여행에 앞서 해외여행 중심에서 국내여행으로 전환해 주목받은 회사는 또 있다. 여행 플랫폼 기업 마이리얼트립이다. 2012년 자유여행객과 해외 가이드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출발해 숙박과 항공권, 액티비티까지 서비스 하는 국내 최대 여행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마이리얼트립은 7월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 서비스에 집중하며 국내여행 매출이 오히려 4배 이상 증가했으며, 432억 원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 랜선 투어, 트래블 스냅 등 새로운 영역 개척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무대였던 유럽을 뒤로하고 국내로 눈을 돌린 업체 가운데는 스냅존도 있다. 유럽을 찾는 한국 신혼부부나 배낭여행객을 현지 거주 전문 사진작가와 연결해 인물과 배경을 모두 살린 트래블 스냅을 진행하던 스냅존은 피렌체를 비롯한 유럽 16개 도시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내 주요 여행사들과 상품 계약을 맺어 인기를 누렸지만 코로나19로 유행을 찾는 한국 여행객이 전무해지자 본격적인 국내 서비스 구축에 나섰다.
2019년 코로나19 확산 전 사업 확장을 위해 도전한 한국관광벤처 재도전 부분에 선정돼 2월 스냅존 플랫폼을 론칭했던 스냅존은 4월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 협업 프로그램 지원사업, 6월 한국관광공사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 9월 인천관광공사 우수 콘텐츠 공모전에 각각 선정됐다. 또한 트래블 스냅이라는 새로운 장르와 한국에서 트래블 스냅 전문회사로서의 출발을 알리고자 크라우드펀딩에도 나서 종료를 보름여 앞둔 현재 186% 목표를 달성했다. 전응식 대표는 “2003년 여행사 직원으로 근무하며 패키지여행에 따라나설 때마다 여행객들의 요청으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그림 같은 유럽의 풍광이 인물과 더불어 잘 보이도록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트래블 스냅을 기획하게 됐다”며 “유럽에서 함께 작업하던 사진작가 4명을 국내로 영입해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62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