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서 추모 집회 "동생 희생이 던진 의문 가볍지 않아" "부실 수사, 위로라도 진심으로 해야" 아들 편지도…"공부 잘해, 마지막 전화"
북한군에 의해 서해상에서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55)씨는 24일 “어린 조카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자라날 수 있도록 희망을 달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국역 인근에서 열린 ‘북한 피살 해수부 공무원 추모 집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동생의 희생이 국가에 던지는 의문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국가가 의무를 다 하느냐에 따라 가족과 이웃의 슬픔과 행복은 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디 군과 해경은 기본만 지켰으면 아는 거짓보다 진실을 밝혀 달라. 만일 정보가 부족했고 변수가 많아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면 가족에 위로의 말이나마 진심으로 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에게 촉구한다”면서 “조속히 동생 시신이나 유해 송환하고 남북한 UN 공동 조사를 요청 드리며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 생명 위협하거나 만행을 하는 것을 멈춰 달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민에게 희망과 안전을 보여줘야 할 그 때, 정부는 조용히 있었고 국민 생명을 지키는 데 무력함을 보여줬다. 그리고 진정성 있는 사죄는 단 한 번도 없다.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행사에서는 숨진 공무원 아들이 작성한 편지도 대독됐다. 아들은 “차디찬 바다 속에서 잠자고 계신 아빠”라며 “공부 잘 되느냐고 물어보시던 아빠 전화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해 본적 없다”면서 운을 뗐다.
또 “대통령 할아버지께서 진실을 밝혀 아빠의 명예를 찾아주겠노라 약속을 하셨음에도 터무니없는 이유를 증거라고 내세우는 해양 경찰의 발표가 저를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엄마는 아빠가 차디찬 바다 속에서 우리가 빨리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잠을 잘 수 없다고 한다”며 “아빠의 마지막 전화 목소리가 귀에 맴돌아 저도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빠가 남겨주신 숙제, 큰 아빠와 함께 풀어가려고 한다”며 “그 무엇도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믿고 싶다”고 썼다.
행사에서는 미국 오토 웜비어 가족이 이씨 측에 보낸 편지 또한 언급됐다. 오토 웜비어는 북한에 17개월 동안 구금·억류됐다가 본국으로 송환된지 엿새 만에 사망한 미국의 대학생이다.
이날 행사는 ‘꿈꾸는 청년들’, ‘THE300 블랙전사’, ‘체크메이트’ 등 단체들이 참가해 진행했다. 연대 발언 등이 있었으며, 행사 종료 이후에는 행진이 진행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