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후 신고 된 사망 사례는 48건(24일 기준)이다. 16일 처음으로 인천에서 고교생이 숨진 지 8일 만이다. 예방접종과 사망의 인과 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일시적인 중단 또는 사망자 2명이 나온 일부 백신만이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예방접종전문위원회(예방접종위) 판단을 근거로 중단하지 않고 계속 접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25일 질병관리청(질병청)에 따르면 예방접종위는 사망 사례 26건과 접종 사이의 인과 관계를 조사했다. 판단의 핵심 근거는 기저질환과 부검 결과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망자 20명을 1차 부검한 결과, 13명이 심혈관 및 뇌혈관질환 등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들이 생전에 갖고 있던 기저질환이 부검으로 확인된 것이다. 나머지 7명에 대해선 추가 검사가 진행 중이다. 부검하지 않은 6명은 사인이 질병과 질식 등으로 접종과 무관했다. 1차 부검에선 백신 탓에 접종 부위에 염증이 발생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폈다. 2차 부검에선 조직검사와 더불어 혈액검사를 통해 히스타민(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물질) 등의 농도를 측정하게 된다.
같은 로트(제조)번호의 백신을 주사 맞은 사망자 8명 중에서도 접종과의 인과 관계가 확인된 사례가 없었다는 게 예방접종위 의견이다. 이에 따라 질병청과 예방접종위는 같은 제조번호 접종자가 중증 이상반응을 일으키더라도 인과 관계가 확인돼야 백신 재검정이나 접종 중단을 검토할 방침이다.
질병청은 접종 대기 중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예진 시 아픈 증상이나 만성질환, 알레르기 병력을 의료진에 알릴 것을 당부했다. 접종 직후에는 의료기관에서 15~30분간 이상반응을 살피고, 접종 당일은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
정부가 접종을 계속하기로 하자 서울 영등포구는 25일 “예방수칙을 준수한 예방접종을 일정대로 지속할 것을 안내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관내 의료기관에 보냈다. 영등포구는 “관내에서 사망자가 나와 선제적으로 접종을 중단했지만 질병청 발표가 나온 이상 이에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역시 접종 보류를 권고한 경북 포항시는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포항시 관계자는 “질병청이 협조 요청을 공문으로 보내오면 재검토할 수 있지만 아직 변동사항은 없다”고 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