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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뉴 삼성’ 본궤도에… 경영권 승계-미래산업 발굴 과제

입력 | 2020-10-26 03:00:00

[이건희 삼성회장 타계]막 오르는 ‘총수 이재용’ 시대
이건희 회장 주식 재산만 18조, 상속세 10조 마련 막대한 부담
이재용, 삼성전자 지배하려면 ‘생명’ 지분 고스란히 승계해야
국정농단 재판-삼성보험법 변수… 회장 취임 언제할지도 관심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를 직접 운전해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두 자녀도 함께 왔다. 사진공동취재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앞으로 삼성에선 ‘이재용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 회장이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부터 사실상 경영 전면에서 삼성을 이끌어 왔지만 지금부터는 더 확실한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새 리더십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회장 취임에도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이 부회장 앞에는 ‘고차방정식’처럼 얽히고설킨 과제가 있다. 당장 경영권 승계 및 국정농단 관련 재판을 앞두고 있는 데다 막대한 상속세도 부담이다. 또 미중 무역전쟁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경영 불확실성, 인공지능(AI)·바이오·5세대(5G) 이동통신 등 삼성의 미래를 이끌 성장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도 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향방뿐 아니라 이 부회장이 언제쯤 회장 자리에 올라 삼성그룹을 이끌지 등이 재계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며 “재계 1위라는 위상 때문에 이 부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이 더 주목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재용의 삼성’ 제 궤도 오르나

삼성전자가 이달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전문 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사상 처음으로 세계 5위에 오른 것을 두고 재계에선 ‘이재용식 삼성’이 제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뒤 강조해온 기업 비전은 ‘동행’이다. 이 부회장은 상생협력을 꾸준히 강조해 오고 있다. 코로나19 피해를 막기 위해 국내외 마스크 제조 업체 및 진단키트 업체에 대한 기술 지원에 나섰고, 재계 주요 기업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채용 규모를 줄일 때 일자리를 늘려 나간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부회장은 “이웃,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이라며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사업에선 과감하고 도전적이다. 이 부회장은 2015년부터 방산, 화학 등 전통적 효자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한 뒤 AI, 5G 통신, 바이오, 전자장비(전장) 부품 등을 ‘4대 미래 성장 사업’으로 선언했다. 지난해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0년간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수합병(M&A)과 투자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M&A 역사상 최고 기록이었던 80억 달러(약 9조 원)를 투자해 미국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했다. 이 부회장은 수사 및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미래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 도전과 과제

재계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유도하는 ‘보험업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삼성 지배구조의 세 축은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생명이다. 그 정점엔 삼성물산이 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 2.90%,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23일 기준 18조2200억 원이다. 누구에게 얼마만큼 지분이 갈지 모르지만 이 부회장 일가가 낼 총 상속세는 약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승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삼성생명 지분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8.51%를 갖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20.76%)다. 즉,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그룹 매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지배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삼성생명 지분 0.06%를 처음 사들였고,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배력을 행사하려면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고스란히 승계해야 한다. 이 경우 이 부회장만 따로 수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이 부회장이 세금을 모두 내고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더라도 금산분리 압박이 크고, 보험업법 통과 시의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 부회장은 최근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훌륭한 인재를 모시는 것이 나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올리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라는 게 이 부회장의 설명이었다.

서동일 dong@donga.com·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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