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회장 타계]회장 취임후 기업규모 급성장
삼성전자 서초사옥
1987년 고인이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할 때 그룹의 시가총액은 1조 원 정도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 총수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바꾼 2018년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396조 원으로 늘었다. 31년 만에 기업 가치가 약 400배로 증가한 것이다.
무엇이 바뀌었기에 기업의 가치가 이렇게 비약적으로 커졌을까. 그 단초는 세계 1등 제품의 숫자로 알 수 있다.
1등은 저절로 된 게 아니었다. 이 회장은 1993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양판점 베스트바이에서 먼지가 쌓인 채 처박혀 있던 삼성 TV를 목격했다. 그는 사장단을 불러 직접 보게 했다. “자기가 만든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직접 확인하라. 어디에 놓여 있고, 먼지는 몇 mm나 쌓여 있고, 얼마에 팔리는지 보라”고 했다.
이런 이 회장의 리더십과 혜안은 반도체가, 스마트폰이, 휴대전화가 세계 1위로 올라설 때마다 빛을 발했다.
그렇다고 이 회장이 추진한 모든 사업이 성공했던 건 아니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 사업이다.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해 1998년 첫 작품인 SM5를 선보였지만 외환위기를 맞아 비틀대다 2000년 프랑스 르노사에 지분을 대부분 팔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위기에 강했다. 외환위기 때는 ‘파격적이고 성역 없는 구조조정’을 내세우며 50개였던 계열사를 40개로 줄여 위기를 돌파했다. 2008년 ‘삼성 특검’으로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기도 했지만 2010년 복귀 이후 다시 한 번 삼성에 ‘위기론’을 불어넣으며 갤럭시S 시리즈 같은 공전의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삼성전자 주가는 2만9600원(취임 전날인 1987년 11월 30일)에서 193만5000원(액면분할 전으로 계산, 액면분할 후 3만8700원)으로 올랐다. 시총은 4000억 원대에서 231조305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주가는 65배로, 시총은 578배로 훌쩍 뛴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0년 11월 21일 이후 한국 증시에서 시총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덩치만 커진 게 아니다. 삼성그룹의 브랜드 가치 역시 크게 높아졌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회사 인터브랜드가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기 시작한 2000년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52억 달러로 전 세계 기업 중 43위였다. 2012년 9위, 2017년 6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는 한국 기업 최초로 5위(브랜드 가치 623억 달러)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보다 순위가 높은 회사는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미국의 간판 기술기업 4곳밖에 없다. 역대로 톱5에 이름을 올린 적 있는 아시아 기업은 도요타뿐이다.
홍석호 will@donga.com·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