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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잃었던 셰프의 요리[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82〉

입력 | 2020-10-26 03:00:00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혀에서 느껴지는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이다. 이 맛들이 어우러져 ‘맛있다’로 표현되는 감칠맛도 있다. 우리는 맛을 표현할 때 흔히 이 다섯 가지 맛을 이야기한다. 나는 맵게 느껴지는 맛도 맛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통각의 감각에 속해 있다. 또한 뜨겁거나 차갑거나 색깔, 먹는 소리, 부피와 모양, 매끄럽거나 모래처럼 알갱이를 씹는 듯 아삭한 감도 있다.

미각은 우리의 시각, 청각, 촉각, 후각과 관련돼 있다. 연구원들은 우리가 맛을 느끼게 만드는 감각의 80%는 냄새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독감에 걸려 코가 막힐 정도라면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냄새 없이 맛보고 있는 것이다. 감기는 미각에 영향을 미치지만 정도의 차이이고 맛은 여전히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는 좀 다르다고 유럽 연구원들은 말한다. 환자 중 일부는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음에도 갑자기 심한 무감각증에 이르는 총체적인 미각 손실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후각과 미각에 연결된 신경세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다행히도 그들 대부분은 2, 3주 안에 회복된다.

감기 외에도 코로나19 감염이나 코를 심하게 다친 경우, 항생제 또는 코카인 남용, 알츠하이머, 그리고 머리와 목 부분의 암에 의한 방사선 치료로 미각을 잃는 경우가 있다. 2007년 셰프 그랜트 애커츠는 4기 혀암 진단을 받고 미각을 잃었다. 의사들은 혀의 75%를 신체 다른 부위에서 떼 온 근육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제시했다. 당시 그는 2년 이상 살 수 있는 확률이 50%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시카고대에서 진행된 수술은 혀를 태우고 미뢰를 완전히 파괴하는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로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그가 운영하던 레스토랑 ‘알리니아(Alinea)’는 2006년 구르메 잡지에 의해 미국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그는 음식과 함께 예상치 못한 냄새를 곁들이는 것을 좋아했다. 이를테면 요리와 함께 구멍이 뚫린 쿠션이 제공되는데 라벤더, 계피, 잘게 썬 잔디 같은 향기를 발산하도록 고안되었다. 23가지 코스 요리도 유명한데 한입 크기로 올리브 오일을 고체화한 롤리팝, 딸기 모양의 토마토, 투명한 루트비어 젤리 등이 있다. “바닐라 밀크셰이크를 먹었는데 아무 맛도 없었어.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었고, 그저 얼굴에 비추는 햇살만 느껴질 뿐이다”라고 말했던 그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나자 미각이 서서히 되살아났다. 단맛을 시작으로 천천히 발달했다. 32세였지만 신생아처럼 맛을 공부해 나갔다. 덕분에 맛이 어떻게 다시 돌아오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치료 기간에도 그는 거의 매일 부엌에서 기억 속 메뉴와 맛을 생각하며 요리사로 일했다. 우리는 입안에서 맛이 생성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총체적으로 느끼는 ‘맛’은 신경을 통해 냄새 정보들이 모두 뇌로 연결될 때 결정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먹기도 전에 냄새만 맡아도 “맛있겠다!”며 자연스레 행복에 빠져드는 것이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