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가장 큰 걱정은 4년 전의 역전패가 얼마든지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내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도 주요 경합주에서 치명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결국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때와는 다소 다른 양상이 관찰되고 있다. 선거를 일주일 여밖에 남겨놓지 않은 시점인데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4년 전 이맘때에는 상황이 지금과 달랐다. 대선 약 3주 전만 해도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최대 7%포인트 앞서 나갔지만 선거를 9일 남겨놓은 시점에는 2~4%포인트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당시만 해도 선거 막판까지 두 후보 가운데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많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집중 공략하며 격차를 좁혀나갈 수 있었다.
이런 양상은 일부 경합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플로리다주는 선거 2,3주 전만 해도 클린턴 전 장관이 4%포인트 가량 앞서나갔지만 이후 빠르게 격차가 줄면서 선거 열흘 전쯤에는 지지율이 동률을 이루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미시건주 역시 선거 20일 전에 10%포인트 이상이었던 격차는 열흘 전에는 6%포인트 안팎으로 좁혀지더니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경합주의 지지율 양상이 한 달 전과 거의 비슷하게 계속 유지되고 있고 미시건 등 일부는 오히려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물론 이 같은 설명이 민주당의 단순한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 경합주의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지만 지지율 차이가 3~4%포인트 안팎에 그치고 있고 앞으로 남은 일주일 여의 기간 동안 지지율 역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4년 전에도 노스캐롤라이나는 선거 직전 일주일 동안 여론조사 결과가 트럼프 우세로 뒤집어졌고 펜실베이니아도 지지율 차이가 좁혀졌다. 두 주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연일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세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에는 북동부의 뉴햄프셔와 메인주를 찾았다. 두 곳은 민주당의 아성(牙城)인 다른 북동부 지역보다는 경합 양상을 보이지만, 여전히 민주당의 승산이 높은 데다 걸려있는 선거인단 수도 얼마 되지 않아 다소 뜻밖의 행보라는 풀이가 나온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인단 한 명이라도 절박한 상황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햄프셔주 런던데리 지역을 방문해 유세를 벌였다. 뉴햄프셔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불과 3000표(0.3%포인트) 차이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패배한 곳이다. 비록 선거인단은 4표밖에 안 되지만 이곳을 탈환할 경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4년 전에 석패한 뉴햄프셔주는 트럼프 캠프가 2020년 선거에서 뒤집기 타깃으로 오랫동안 여겨온 곳”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에서 “졸린 조(조 바이든)는 뉴햄프셔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바이든 후보가 올 2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뉴햄프셔의 개표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음 경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떠난 것을 조롱한 것이다. 다만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에게 10%포인트 안팎 차이로 뒤지고 있어 역전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지역 유세에서 “이번 선거는 우리 나라 역사상 가장 중대한 선거”라며 “우리는 사회주의 국가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