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10.19/뉴스1 © News1
약 2주에 걸친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는 ‘라임·옵티머스’로 시작해 ‘추미애·윤석열’로 26일 마무리됐다.
역시나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각 상임위원회별 정책국감은 찾아볼 수 없었고, 여야는 말싸움만 거듭한 채 알맹이 없는 국감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상황도 적지 않았다.
더욱이 흔히 말하는 ‘야당의 시간’도 무색해졌다. 서해상 실종 공무원 피살사건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시절 특혜의혹,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각종 대형 쟁점을 두고 야권의 강력한 ‘한방’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국감 종반부에는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각각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 수사지휘권 논란 등을 안고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여야의 난타전은 극에 달했다.
◇18개 상임위원장 與 독식…증인 채택 없이 ‘야당의 시간’ 원천 봉쇄
국민의힘은 이달 초 국감 시작을 앞두고 모든 상임위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들춰내고 깐깐한 검증을 하겠다”며 전방위 파상공세를 예고했었다.
하지만 주요 상임위에서 야당이 요청한 증인 채택이 대거 무산되면서 각 부처 장관을 상대로만 공방을 벌이는 데 그쳤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필사적으로 증인 채택을 막는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에 연민을 넘어 처연함까지 느낄 정도”라며 “국감을 하자는 것인지 국감을 방해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봉현 ‘옥중서신’에 여야 대치 극심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국감 시작 전부터 야당이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짓고 파상 공세를 이어 온 상황이다.
그러나 국감 기간 중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 입장문에서 야당 정치인과 검사들에게도 로비와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난리법석 ‘법사위’…추미애 vs 윤석열, 탈원전 감사 결과도 들썩
올해 국감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법제사법위원회’였다.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법무부·검찰의 정면 충돌로 엮인 추 장관과 윤 총장, 여기에다 이른바 ‘탈원전 감사’ 결과 발표로 최재형 감사원장까지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법사위는 열릴 때마다 난리법석이었다.
추 장관이 인사청문회와 국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아들 휴가 처리에 관여한 바 없다’, ‘보좌관에게 군부대에 전화를 걸라고 시킨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이 거짓 해명이라는 논란이 국감까지 이어졌다.
추 장관의 발언은 국감장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추 장관은 아들 관련 의혹에 대해 야당이 거듭 문제를 제기하자 “소설이 소설로 끝난 것이 아니고 정말 장편소설을 쓰려고 했구나”라고 말하면서 여야간 고성이 오갔고 감사가 잠시 중지되기도 했다.
수세에 몰렸던 윤 총장의 반격의 시간도 있었다. 추 장관과 갈등을 빚어오던 윤 총장은 지난 22일 약 15시간 전국에 생중계되는 국감장에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박탈 조치, 검찰 학살 인사 등에 대해 작심하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일각에서는 “윤석열의 야성이 돌아왔다”고 평가하며 21대 국회 첫 국감의 가장 큰 이슈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국감 마지막날인 이날 추 장관은 법사위 종합 국감에 나와 윤 총장을 겨냥해 “선을 넘었다”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부하라는 단어가 생경하다”면서 ‘부하 논란’을 불러온 윤 총장 발언의 부적절성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이 발표되면서 국감장은 또 한번 정쟁의 장이 됐다.
야당은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고발과 탈원전 정책에 총공세를 폈다. 반면 여당은 최재형 감사원장의 정치 편향성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방을 벌였다.
◇“한 대 쳐볼까?” 반말·욕설, 몸싸움 직전까지…막장 국감
국감장에서 여야가 반말과 고성을 주고받으면서 어김없이 올해도 볼썽사나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지난 23일 국감에서는 민주당 소속 이원욱 과방위원장과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가 막장대결을 벌였다.
박 의원이 발언 시간을 더 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항의하면서 이 위원장을 ‘당신’이라고 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 위원장이 “어디에 대고 당신이냐”고 따지면서 박 의원에게 다가가자 박 의원이 “한대 쳐볼까”라며 팔을 올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위원장이 “야 박성중”이라고 소리치자 박 의원은 “건방지게. 나이 어린 XX가”라고 말하면서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국감은 10여분 뒤 재개됐지만 여야 간 별다른 유감 표명은 없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