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아사히신문 공동기획 日아카데미 주연상 영화배우 심은경
일본 도쿄의 한 스튜디오에서 심은경 씨가 일본 영화와 드라마 촬영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심 씨는 “문화에는 국경이 없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제공
9세 때 아역 배우로 연기 생활을 시작해 ‘써니’ ‘수상한 그녀’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심은경 씨(26). 그는 2017년 8월부터 일본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일본에서 촬영한 영화 ‘신문기자’로 일본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기도 했다. 무엇이 그를 일본으로 이끌었을까.
―일본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일본 문화를 좋아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이와이 슌지(岩井俊二) 감독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를 보고 일본 영화에 빠졌다. 고등학생 때 J팝, 그 후 일본 문학까지 좋아하게 됐다. 그러면서 일본 작품에 내가 들어가면 어떤 느낌이 나올까 궁금했다.”
―언어 문제가 있었을 텐데….
―한국과 촬영 분위기가 많이 다른가.
“일본은 외국이기 때문에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내가 진심으로 행동하면 일본인도 그걸 알아줬다. 적어도 연기를 하는 데 있어 국적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구체적 사례가 있나.
“‘블루아워’를 촬영할 때였다. 나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고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몰라 현장 스태프가 없는 곳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걸 본 일본 스태프 한 분이 내 매니저에게 ‘심은경 씨의 열정에 감동받았다. 나도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이 됐는데 심 씨를 보면서 힘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내가 감동을 받았고,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영화배우 심은경 씨(왼쪽)가 출연한 일본영화 ‘신문기자’ 포스터.
―영화 ‘신문기자’로 일본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처음 대본을 보고 내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일본 활동 초기였고, 묵직한 메시지도 담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듀서인 가와무라 미쓰노부(河村光庸) 씨가 ‘심은경 이외 인물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해 용기를 얻었다. 주인공 요시오카가 이 영화에서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지, 정보의 홍수 속에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제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다.”
―한일 관계가 안 좋다는 점을 느낀 적 있나.
“뉴스를 보면 아무래도 그런 기사들이 나오고 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문화를 즐기고 좋아해주는 분들이 더 많다. 일본에서 촬영한 블루아워를 한국에 홍보했을 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일본분들을 만나면 온통 한국 드라마 이야기다. 한국에 여행 가고 싶다는 분들도 너무나 많다. 지금 일본 드라마를 촬영 중인데, 기회가 되면 한국 현장을 보여드리고 싶다.”
―한일이 서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와이 슌지 감독에게서 출연 제의가 온다면….
“정말 기쁘게 받아들이고 싶다. 앞으로도 한일 작품 모두를 소중히 여기며 활동하고 싶다.”
심은경은 누구 ―1994년 강원 강릉 출생
―청담중, 미국 뉴욕 ‘프로페셔널 칠드런 스쿨’ 고교 과정 졸업
―써니, 수상한 그녀, 걷기왕, 신문기자, 블루아워, 7인의 비서 등 출연
―대종상 여우조연상(2011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2014년)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2020년), 다카사키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2020년)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