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아사히신문 공동기획 영화 ‘러브레터’ 감독 이와이 슌지
일본 도쿄의 한 호텔 카페에서 만난 이와이 슌지 감독은 “한국분들이 내 영화를 사랑해주지 않았으면 감독이 못 됐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사히신문 제공
1999년, 영화 ‘러브레터’가 한국에서 공개돼 붐을 불러일으켰다. 그 작품을 만들었고, 지금도 한일을 두루 돌아다니며 활약하고 있는 이와이 슌지(岩井俊二·57) 감독은 “서로의 문화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일한(한일)의 관계를 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이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한국과의 인연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나.
“1998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4월 이야기’가 상영되었을 때 처음 한국에 갔다. 영화 상영회장에서 ‘러브레터를 본 적 있느냐’고 묻자 관객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 아직 한국에선 개봉되지 않았지만 비디오가 도는 것 같았다. 감동 받았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 포스터.
―다음 해 러브레터가 한국에서 개봉됐다.
“러브레터 홍보와 취재로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아직 일본 대중문화가 일부밖에 개방되지 않은 때였다. 이동 중인 차에서 한국 직원이 ‘일본어 작품은 아직 TV에서 방송될 수 없다’고 말했다. 난 ‘아직 그런 벽이 있는 관계구나’ 하고 흠칫 놀랐다. 동시에 그런 가운데 일본 영화가 개봉되기 시작했다는 의의도 실감했다.”
―러브레터는 대히트를 쳤다. 무엇이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몸에 익숙한 그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당시 한국은 개방되기 시작한 일본 대중문화가 봇물 터지듯 유입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연히 그 덕을 보았다. 한국에서 사랑받은 덕분에 지금까지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 한국인과의 친밀도도 깊어진 것 같다.
“‘장옥의 편지’ 촬영이 끝난 직후인 2016년 12월에 주연 배두나 씨가 집으로 초대해줘 프로듀서 등 여러 명이 식사했던 기억이 난다. 영어로 간단한 대화를 나눴을 정도였지만 가족처럼 대해줬다. 영화 촬영은 그런 신뢰 관계가 있어야만 비로소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본격적인 장편영화에도 도전하고 싶다.”
―일한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젊은이들의 문화 교류는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 괴로운 경험을 한 분들에 대해 얼마만큼 그 입장에 서서 상상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서로 애정을 가져야 하는데, 그 계기가 되는 것이 문화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 아이돌을 열렬히 사랑하는 일본 젊은이들이 한국과의 관계를 이어줘 양국을 평화롭게 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러브레터’를 받아준 한국의 젊은이들처럼.”
―앞으로 일한에 바라는 것은….
이와이 슌지는 누구―1963년 미야기현 센다이시 출생
―요코하마국립대 졸업
―러브레터, 스왈로우테일, 4월 이야기,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장옥의 편지, 라스트 레터, 8일 만에 죽은 괴수의 12일 이야기 등 제작
―일본영화감독협회 신인상(1993년),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작품상(1995년),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상(1998년), 상하이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최우수음악상(2002년) 등 수상 도쿄=오부 도시야(大部俊哉) 아사히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