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맞아도 될까 백신 접종 후 누적 사망자 59명 “아나필락시스 반응 가능성 적어” 제조-수입사 7개국… 중국산 없어
20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고 있다. 앞서 인천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18세 고교생이 16일 사망한 데 이어 전북 고창군과 대전에서 각각 독감 백신을 맞은 70대와 80대가 20일 숨진 채 발견되자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DB
그런가하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독감백신을 접종한 사망자가 연일 증가하면서 국민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며 ‘안정성이 검증된 후’ 접종을 하거나 접종 인원, 접종 시기 등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독감백신, 논란이 되고 있는 몇 가지를 짚어봤다.
-매년 이맘때면 이뤄지는 독감백신 접종. 하지만 올해 유난히 사망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을까.
올해 만 62세 이상 백신 접종자는 423만 명 정도다. 사망자 대비 접종자 비율은 약 0.001%. 올해보다 지난해가 20배가량 높다.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사망자 가운데 독감백신 이상 반응으로 피해보상이 인정된 사례는 2009∼2010 절기에 1명이다. 당시 환자는 10월 백신 접종 이후 근력 저하가 발생하는 ‘밀러-피셔 증후군’으로 진단된 이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다음해 2월 숨졌다.
독감은 감기와 달리 호흡기를 통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병으로 세균성 폐렴 등 합병증이 발생해 악화될 경우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있다. 방역당국은 독감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했다는 신고가 25일까지 누적 59명 접수됐고 그중 46명은 인과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조사 중인 나머지 13명은 역학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피해조사반 회의를 열고 인과성을 판단하기로 했다.
-급성기 과민반응이다.
30분 이내에 쇼크나 저혈압으로 사망하게 된다. 현재까지 사망자를 보면 증상을 보였던 때가 짧아야 두시간 반 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아나필락시스 반응의 가능성은 적다고 말한다.
‘길랭-바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독감백신을 접종하고 1∼2주 지나서 다리부터 위로 마비가 올라오는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하루이틀 내에 갑자기 사망한 사례가 대부분으로 독감백신 부작용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올해 국가 무료 독감백신이 3가에서 4가로 변경됐다. 사망과 연관 있을까.
작년까지 국가에서 지원한 독감 무료백신은 3가 백신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대부분 유료접종은 4가 접종을 진행했다. 임상적으로 3가 백신과 4가 백신 간의 안전성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료 독감백신이 중국산이라는 주장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참여한 백신 제조·수입사는 7개사다. 이중 국내 회사인 LG화학, 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보령바이오파마, 한국백신, 일양약품 등 6개사는 모두 국내에서 독감백신을 제조한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사노피파스퇴르가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참여한 유일한 외국 회사인데 독감백신 전량을 프랑스에서 제조한다.
이 밖에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유료접종 등을 통해 국내에 유통되는 독감백신을 제조하는 회사는 보령제약, 동아ST,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3곳이 있다. 국내 회사인 보령제약, 동아ST는 국내에서 독감백신을 제조하고 영국에 본사를 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독일에서 생산한다. 이번 시즌 국내 독감백신 중에는 중국에서 원액을 들여와 제조한 제품이 없다.
-독감백신 접종해야 하나.
방역당국은 독감백신과 지금까지 사망사례들을 조사한 결과 독감백신이 원인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오히려 국내에서 한 해 3000여 명이 계절 독감으로 사망하기 때문에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의 경우 예방접종의 이득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독감예방접종 주의사항
■ 예방접종 받기 전
-건강 상태가 좋은 날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예방접종지정의료기관을 확인하고 평소 다니는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접종을 받는다.
-혼잡을 피하고 장시간 기다리지 않도록 사전 예약을 한다.
■ 예방접종 받을 땐
-대기하는 동안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안정을 취한다.
-예방접종 전 예진 시 현재 아픈 증상이 있거나 평소 앓고 있는 만성질환, 알레르기 등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진에게 말한다.
-접종 후에는 20∼30분간 접종기관에서 이상반응이 있는지 관찰하고 귀가한다.
■ 예방접종을 받은 후엔
-접종 당일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쉬고 접종 후 2∼3일간은 몸 상태를 주의 깊게 살핀다.
-예방접종 후 접종 부위의 통증, 빨갛게 부어오름, 부종이나 근육통, 발열, 메스꺼움 등 경미한 이상반응은 접종 후에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대부분 1∼2일 이내에 호전된다.
-접종 후 고열이나 호흡곤란, 두드러기, 심한 현기증 등이 나타나면 즉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계속 보채고 잘 먹지 않거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면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