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 제대로 알기 피부 감염-스트레스 등에 노출 면역 시스템 균형 깨지며 발병… 관절염-고혈압 등 유발하기도 年4∼6회 투여로 피부상태 호전 생물학적 제제 치료 만족도 높아… ‘중증 건선’ 등록 땐 건보 적용도
가천의대 길병원 피부과 노주영 교수(오른쪽)가 피부질환인 건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영상 캡쳐
매년 10월 29일은 ‘세계 건선의 날’이다. 건선은 무릎이나 팔꿈치 두피 엉덩이 등 전신에 걸쳐 붉은 홍반 위에 하얀 각질이 쌓이는 피부질환으로,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 질환이다.
올해 건선의 날 주제는 ‘건선 바로 알기(Be informed)’. 이에 본보는 일반 시민 200여 명을 대상으로 건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건선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천의대 길병원 노주영 교수(피부과)와 함께 건선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건선은 면역력이 떨어져서 발생한다?
“아니다. 하지만 설문조사에서도 시민 200여 명 중 30%만 정답을 맞혔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면역 이상’이라고 하면 면역력 저하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건선은 면역시스템이 과다하게 자극돼 면역반응의 균형이 깨지며 생긴다. 건선은 피부 외상, 감염, 스트레스, 차고 건조한 기후 등 환경적 요인에 노출될 경우, 특정 면역반응이 오히려 활성화되면서 면역매개 염증 물질이 분비되어 발병한다.”
―건선과 아토피는 어떻게 다른가?
“증상이 나타나는 구체적인 부위와 병변에 차이가 있다. 아토피는 팔오금, 오금 등 살이 접히는 부위에 주로 증상이 나타나며, 정상 피부와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자주 긁어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진물이 나고 딱지가 생기기도 한다. 반면, 건선은 팔꿈치, 무릎 등과 같이 외상을 잘 받는 부위에 병변이 잘 생기고 정상 피부와 명확한 경계를 보이며 붉은 홍반 위에 ‘두꺼운 각질’이 쌓인다.”
―건선이 관절염, 고혈압, 당뇨 등 합병증 유발과 연관이 있다?
―소금소다욕 등 건선에 좋다는 민간요법들이 효과가 있는지?
“자의적 판단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사용할 때는 증상의 악화 및 간 독성 등의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합병증을 줄이고, 안정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된다.”
―학교나 사회생활에 지장 없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최근에는 연간 4∼6회 투여만으로도 치료 유지가 가능한 생물학적 제제들이 있다. 효과가 좋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투여 편의성 덕분에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를 시작한 환자분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편리한 투여 스케줄과 함께 치료 효과도 오랫동안 유지되는 치료제도 나와 환자분들 중에서는 ‘건선을 잊고 사는 생활’이 가능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TNF-alpha 억제제, 인터루킨12/23 억제제, 인터루킨17 억제제, 인터루킨23 억제제 등이 있다. 각 생물학제제의 종류에 따라 건선관절염이 동반된 경우나 염증성 장질환 등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 건선이 피부에만 국한된 경우 등에 따라 약제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투여 간격의 편의성, 과거 치료제에 대한 반응, 환자의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된 생물학적 제제들의 효과는?
“현재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들이 높은 효과를 보이면서 ‘거의 깨끗한 피부(PASI 90)’로의 개선, ‘완전히 깨끗한 피부(PASI 100)’로의 개선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가장 최근 출시된 인터루킨23 억제제 데이터를 보면, 완전히 피부가 깨끗해진(PASI 100)’ 환자 비율이 투약 2회 후(16주)에 약 절반의 환자에서, 약 2년간(94주) 지속 투여했을 때는 10명 중 7명꼴로 시간이 지나면서 더 증가했다. 건선이 면역질환으로서 조절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깨끗해진 피부를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환자에게 큰 혜택이 될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의 건강보험 혜택(산정특례) 적용 기준과 비용은?
“생물학적 제제 사용을 권고하는 중등도 내지 중증 건선의 기준은 체표면적의 10%, 건선의 중등도를 표시하는 PASI 수치 10점 이상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기준으로 산정특례에 해당하는 중증 건선의 기준은 △최근 1년 이내에 시행한 피부조직 검사상 건선소견을 보이고 △광선치료 3개월과 △사이클로스포린이나 메토트렉세이트와 같은 면역억제제를 3개월 이상 복용한 후에도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아 건선이 체표면적의 10% 이상, PASI 수치가 10 이상인 위의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중증 건선으로 등록돼 치료비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산정특례 적용 시 본인 부담금이 10%로 경감되어 연간 최소 76만 원에서 최대 160만 원 정도의 치료비를 부담하면 깨끗한 피부로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