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관리 투명성 높이려면
○ 같은 살림인데 보고 내용은 제각각
이는 기부금 모금 단체의 공시 기준과 항목이 보고를 받는 기관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기부금 단체들은 설립허가를 받은 소관 부처에 단체 운영 현황을 보고해야 하고, 국세청에는 이와 별도로 기부금 모금액 활용 실적 등을 제출한다. 국세청에 제출하는 자료도 정부 보조금을 포함하는 경우와 아닌 경우로 나뉜다.
예컨대 비영리 공익법인 A가 구청에 제출하는 ‘세입세출 보고서’에는 세입 항목에 이월금까지 포함된다. 하지만 국세청에 내는 ‘공익법인 결산공시’에는 이월금이 포함되지 않는다.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는 정부 보조금이 빠진다. 운영비도 마찬가지다. 자치구에는 실제 집행 내역이 그대로 기재되지만, 국세청 제출 자료는 감가상각비를 고려해 비용이 많이 잡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기부한 적이 있는 국민은 2011년 36.4%에서 지난해 25.6%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로 ‘기부단체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은 2017년 8.9%에서 지난해 14.9%로 급증했다.
단체들도 같은 살림살이를 각기 다른 양식으로 보고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보겸 월드비전 재무팀장은 “총금액에 대한 기준과 세부 항목이 통일되지 않다 보니 사업비나 인건비가 제출하는 보고서마다 다르게 공시된다”며 “결국 기부 단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해외에선 결산 공시 및 기부단체 관리 일원화
전문가들은 기부금 단체의 결산 공시가 이처럼 제각기인 이유를 ‘부처 간 칸막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비영리법인은 승인과 감독 주무기관이 부처별로 나뉘어 있다. 각 부처가 원하는 양식대로 운영 상태를 보고받으려 하다 보니 이 같은 혼란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호윤 공익법인 전문 회계사는 “주식회사의 경우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재무 상태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며 “기부 단체에 대해서도 2017년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만들었지만, 주무 부처에선 아직까지 옛 방식을 고집하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기부금 관련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는 기부금품 모집관리는 행정안전부, 기부금단체 지정은 기획재정부, 결산 보고 등 감독은 국세청과 설립허가 주무부처로 나뉘어 있어 관리 주체가 불분명하다. 단체 성격에 따라 보건복지부 등 예산을 받는 부처의 감독도 받는다.
공시 시스템을 통일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배원기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까운 일본 역시 부처별로 보고받던 것을 30여 년 전에 하나로 통일했다”며 “기부 단체 결산 보고의 목적은 정부가 아닌 국민에게 기부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알린다는 것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