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리스크도 커졌다. 특히 역사적으로 얽혀 있는 중국과 일본은 지뢰밭이다. 배우 전지현은 백두산의 중국명인 ‘창바이산’이 원산지로 표기된 중국 생수 모델로 나섰다가 “중국의 동북공정에 놀아났다”는 비난을 샀다. 다국적 걸그룹 트와이스는 멤버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불매 운동을 당했다. 한일 갈등이 고조된 지난해엔 일본인 멤버 미나가 악플에 시달리다 활동을 중단했다.
▷최근 엑소의 중국인 멤버 등이 중국의 ‘항미원조’ 70주년을 지지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국내 팬들의 퇴출 요구를 받고 있다. 중국은 중국군의 6·25 참전을 미국의 침략에 맞서 북한을 도운 것으로 규정한다. 앞서 “한국전쟁은 양국이 겪은 고난의 역사”라는 BTS의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에 중국 누리꾼들이 공격을 퍼부은 것은 다수의 중국인들이 여전히 6·25를 거꾸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활약 중인 배우 심은경은 동아일보 아사히신문 공동 인터뷰에서 “일본인들을 만나면 한국 드라마 얘기만 한다”고 했다. 영화감독 이와이 슌지는 “서로의 문화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양국 관계를 이어줄 것”이라고 했다. 역사적 구원(舊怨)에 민족주의 바람까지 불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케이팝을 흥얼거리고, 중국 드라마에 빠지며, 일본 영화에 감동하는 문화 교류가 소중한 외교 자산이 된다. 스포츠 경기장에서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듯 문화도 정치적 중립 지역으로 남겨둬야 한다. 더 이상 스타들에게 “독도는 누구 땅인지 말하라”고 강요하지 말자.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