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트럼프-바이든 “펜실베이니아에 달렸다”

입력 | 2020-10-28 03:00:00

美대선 D-6… 동시출격 현장 르포




핵심 경합주 쟁탈전 미국 대선 캠페인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26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방문해 유세 대결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티츠의 공항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자신의 모자를 던졌다(왼쪽 사진). 체스터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바이든 후보는 마스크를 쓴 채 주민 및 취재진과 대화를 나눴다. 리티츠·체스터=AP 뉴시스

26일 오전 11시경(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동부의 작은 도시 앨런타운. 성조기를 들거나 빨간 모자를 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 수백 명이 길가에 대기하고 있었다. 잠시 후 트럼프 대통령이 탄 차량이 지나가자 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4년 더”를 연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루에만 앨런타운, 리티츠, 마틴스버그 등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세 곳을 돌며 집중 유세를 펼쳤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도 이날 예정에 없던 펜실베이니아주를 방문했다. 다음 달 3일 대선을 앞둔 두 후보가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 동시 출격해 치열한 맞대결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리티츠 유세에서 바이든 후보의 탈석유산업 정책을 비난하며 “그(바이든)는 여러분의 에너지를 뿌리째 뽑아버릴 것이고 펜실베이니아를 심각한 불경기에 몰아넣을 것”이라고 했다. 펜실베이니아가 셰일가스 산업의 중심지임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바이든은 체스터 지역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나는 당장 석유산업을 끝장내거나 유전을 닫자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대통령이자 이 팬데믹에서 우리를 이끌 최악의 인사”라고 공격했다.

선거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20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바이든 후보는 25일 현재 4.8%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보름 전(7%포인트 내외)에 비해 격차가 줄었다.



▼ 트럼프 하루 3곳 집중유세 펼치자… 일정없던 바이든 전격 방문 ▼

26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심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 마틴스버그의 공항에서 유세를 하며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예정에 없이 펜실베이니아 체스터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맞불을 놨다. 마틴스버그·체스터=AP 뉴시스

26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 유세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먼 곳에 거주하는 지지자들은 버스를 대절해 유세장을 찾는 열정을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캐럴이라는 백인 여성은 “나도 트럼프가 너무 거만해서 개인적으로는 싫다. 하지만 지도자로서는 훌륭하다. 자기가 뭘 하겠다고 말하면 항상 그 약속을 지킨다”고 말했다.

중년 백인 남성 댄은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지금 코로나 사망자 통계는 부풀려져 있다. 코로나는 2주만 있으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서 1시간 정도 유세를 한 뒤에 곧바로 전용기를 타고 차로 1시간 반 거리인 랭커스터 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 도로 한쪽에 마련된 유세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최 측은 기자에게 “지지자가 1만 명이 넘게 왔다”고 했다. 행사 진행 요원들은 사람들의 체온을 체크했고 마스크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상으로 나눠주면서 착용을 지시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받자마자 바닥에 버리거나 주머니에 넣는 등 지침을 무시했고, 마스크를 쓴 사람은 20∼30%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후보의 에너지 정책을 집중 공격했다. 셰일가스 산업의 비중이 큰 펜실베이니아주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기면 모든 것을 이기는 것”이라며 이 지역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달 들어서만 이날로 세 번째 펜실베이니아를 찾으며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전반적인 지지율에서 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기지 못하면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초 이날 공식 일정 없이 델라웨어주 자택에서 머물 계획이었지만 갑자기 계획을 바꿔 펜실베이니아주를 깜짝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중 유세에 맞불을 놓기 위한 행보다. 그는 주 동부의 체스터 카운티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며 “대통령은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이 죽고 있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4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0.7%포인트 차이로 신승한 펜실베이니아는 바이든 후보에게도 절대 놓칠 수 없는 곳이다. 20명이라는 많은 선거인단이 걸려 있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스크랜턴)도 있어서 상징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바이든 후보 또한 펜실베이니아를 여러 차례 방문했고, 지난 주말에도 이곳을 찾아 “결국엔 펜실베이니아가 관건”이라는 말을 남겼다. 필라델피아 피츠버그 등 대도시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바이든 후보는 그 흐름을 교외 지역까지 넓히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또 2016년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줬던 저학력 백인 노동자의 표를 뺏어오기 위해 ‘스크랜턴 시골의 바이든 대(對) 뉴욕 부자동네의 트럼프’ 프레임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7일 사전투표자가 62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올해 미 대선이 역대 최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바이든 후보가 우세한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추격으로 일부 경합 주에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서 지지층의 사전 투표 참여율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앨런타운·리티츠=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