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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美 바이든 당선 걱정하는 김어준과 집권세력

입력 | 2020-10-29 03:00:00

“민주당이 대선 승리하면 한국은 걱정”
김어준 방송 내용이 통일부 국감에
북-미관계 위해 트럼프 재선 바라는
문 정권, 어느 나라 국익을 추구하나




김순덕 대기자

문재인 정부가 만드는 나라가 궁금하면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기 바란다. 진중권이 왜 김어준을 정신적 대통령이라고 했는지 이해될 것이다.

국내 문제는 팩트와 상관없이 거의 김어준 말대로 전개된다. 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커지자 지명수배 중 출국한 이혁진을 등장시켜 “과거에 여권과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권력형 게이트로 뒤집어씌우고 있다 주장하시는 거죠?” 확인해주는 식이다.

외교 문제도 비켜가지 않는다. 11월 3일 미국 대선을 넉 달 앞두고 인터뷰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는 “10월쯤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며 “북-미 대화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조 바이든(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투표하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어준이 “100% 동의한다”고 화답한 건 물론이다.

문 정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북-미 회담을 위해 미 대선 전 북한 김여정의 방미를 추진했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트럼프가 코로나19에 딱 걸리는 바람에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불발됐다. 이 정권이 그토록 절실하게 트럼프 재선을 원한다는 건 모두가 알게 됐다.

트럼프 지지율이 바이든보다 뜨지 않자 김어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전을 해야 한다” “바이든이 뭘 특별히 인상적인 걸 남긴 기억이 없다”며 수도권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오바마 3기가 되는 것인데 오바마 시절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은 한국 입장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북한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도 트럼프 역전 기미가 안 보이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5일 방송에서 김어준을 안심시키는 분석을 내놨다. 이명박 보수 정부의 강경책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을 사실상 버려뒀다는 거다.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 정부 때 빌 클린턴 대통령을 설득하듯 바이든 정부를 설득해 포용정책을 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내용이 23일 통일부 종합감사에서 재방송처럼 반복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 기조를 유지하지 않겠느냐”고 질의하자 이인영 장관은 “오바마 3기로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클린턴 3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우리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김어준이 아무리 정신적 대통령이라 해도 집권세력의 싱크탱크는 아니다. 일국의 장관, 대통령을 내다보는 정치인이 라디오 하나 달랑 듣고 국회에서 질의 응답했다고 믿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한 여당 의원은 “의원들이 김어준, 유시민 방송대로 질의하더라”며 개탄을 한 바 있다.

더구나 이번 미 대선은 보통 선거가 아니다. 미국이 자유주의와 인권, 동맹의 가치를 중시하는 바이든과 함께 역사적 전환을 할 것인지, 미국우선주의를 고집하는 권위적 포퓰리스트 트럼프와 고립될 것인지 가늠하는 선거다. 지배계급이 나라와 국민만 보고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북-미 관계에만 골몰하는 모습은 암담하다.

그제 방송에서도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이 “재선되면 바로 북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는 소리에 김어준은 “트럼프 쪽이 그나마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는 편”이라며 반색을 했다. 김 원장이 “한미동맹이 걱정된다. 트럼프는 확실히 주한미군 철수를 해버릴 것”이라고 우려해도 안 들리는 눈치였다. 일각에선 문 정권이 방위비 인상을 거부해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하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막판 유세에서 트럼프는 “북한의 김정은,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이 나의 재선을 바란다”며 바이든을 약체라고 깎아내렸다. 바이든 지원 유세에 나선 오바마 말대로 미국의 적대국 독재자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있어야 제 나라 국익에 이롭다고 본다는 의미다. 여기 우리의 문 대통령이 빠진 게 이상하지만 끼어 있어도 나라 망신일 뻔했다.

트럼프는 “모든 문 뒤에 다이너마이트가 있다”고 대통령직을 설명했다고 밥 우드워드는 신작 ‘격노(Rage)’에 썼다.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평화의 올리브가지나 흔든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바로 다이너마이트다. 대통령직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국민이 북한에 죽임을 당해도 평화체제를 외친 대통령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