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청 대전지법, 심문서 송달절차 마쳐 서울중앙지법에 다른 19건 소송중
2012년 5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이 국회 정론관에서 강제징용 피해 관련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제강점기인 1944년 만 13살의 나이에 강제징용된 후 미쓰비시중공업에 근로정신대로 배치돼 혹독한 노동과 폭행에 시달려야 했던 양금덕 할머니(노란옷)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안=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재산에 대해 법원이 다음달 10일부터 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대법원 판결 이후 법원이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어 다른 강제징용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법원의 공시송달문 4건에 따르면 대전지법은 지난달 7일 양금덕 할머니(91)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이 신청한 미쓰비시중공업의 특허권·상표권에 대한 매각명령 4건에 대해 미쓰비시중공업에 심문서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결정을 했다.
● 배상 관련 법적 절차는 마무리 단계…실현 여부는 미지수
법원이 매각명령을 내리려면 피고 의견을 듣는 심문 절차가 필요한데 미쓰비시중공업이 이에 계속 응하지 않아 공시송달을 통해 해당 절차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게 법원 결정의 취지다. 이에 따라 법원은 다음달 10일 0시부터 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다. 매각 대상인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은 특허권 6건과 상표권 2건으로 가치가 약 8억400만 원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 압류 △자산 매각 △매각한 돈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대전지법은 이미 지난해 3월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압류 결정을 내렸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압류명령문을 받지 않으며 시간을 끌자 피해자 측은 이달 16일 압류명령문도 공시송달로 처리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양 할머니 등 4명은 1944년 강제징용된 후 근로정신대로 배치돼 어린 나이에 일제의 혹독한 노동과 폭행에 시달렸다. 양 할머니 등은 68년 만인 2012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이 2018년 11월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1억원 배상 판결을 확정 받은 이춘식 씨(96) 등 강제징용 피해자 18명이 신청한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에 대한 주식매각명령도 12월 9일부터 가능해진다. 이들 일본 기업에 대한 매각 절차가 실제 진행될 경우 일본 측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리는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 징용 피해 추가 소송도 재판 돌입…‘2라운드’ 본격화
또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강제징용 피해자 측 원고 총 71명이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19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 피고는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를 포함한 6개 기업이다. 원고들이 청구한 배상액은 총 22억여 원이다.
피고 기업들이 계속 소장을 받지 않아 19건의 소송 중 7건에서는 재판부가 소장의 공시송달을 결정해 피고 측이 재판에 나오지 않아도 재판을 진행한 뒤 판결을 내릴 수 있다. 공시송달이 이뤄진 소송 7건 중 6건의 피고는 일본제철이다. 일본제철은 이중 2건에 대해 이춘식 씨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 선임했던 김앤장 변호사를 다시 선임해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공시송달이 이뤄진 소송 7건 중 나머지 1건의 피고인 미쓰비시중공업도 국내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에 대응 중이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