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평전 펴낸 김형근 대표 “저자가 18년간 만주 누비며 취재… 꼭 국내서 출판해야 된다 생각”
‘김일성 1912∼1945’를 출간한 김형근 서울셀렉션 대표는 “평전은 역사의 한 시각을 더해줄 뿐이다.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면 된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8일 서울 종로구 카페 이마에서 만난 김형근 서울셀렉션 대표(58)는 “저자가 1980년대부터 18년간 만주의 항일유적지를 누비며 목격자(생존자) 200여 명을 직접 취재하고 각종 기밀 자료를 분석해 김일성을 검증한 책”이라며 “(김일성이) 좋든 나쁘든 사실적 진실을 캔 책이 국내에서 출판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선족인 저자 유순호 씨(61)는 옌볜에서 스무 살 무렵부터 글 잘 쓰는 작가로 통했다고 한다. ‘김일성은 가짜’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김일성의 실체 찾기에 나서 저자의 20, 30대를 바친 결과가 이 책이라는 것. 2002년 미국으로 망명해 뉴욕에서 식료품점을 하고 있다는 유 작가는 4년 전부터 원고를 들고 국내 100여 개 출판사를 직접 찾거나 e메일로 출간을 제안했지만 허사였다. 지난 정부 때는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수 있다’, 현 정부 들어서는 ‘김정은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고 저자는 머리말에서 말한다.
“그동안 김일성을 다룬 책은 ‘김일성은 가짜’라는 것 아니면 와다 하루키나 서대숙류의 ‘위대한 김일성 장군’을 인정하는 시각을 다룬 것입니다. 그러나 진실은 그 중간에 있지 않겠습니까.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이 책에서는 보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1930년대 만주에서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항일 독립투사들에게’ 헌정한다. 김 대표는 “당시 만주에는 한반도 전역에서 온 공산주의자, 민족주의자, 아나키스트 등이 레지스탕스처럼 싸웠다”며 “1945년 이전의 만주 항일투쟁사는 한민족이 공유한 역사이고, 이에 대한 역사적 조명의 책임은 한국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1000질이 팔려야 출간의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는 이 책은 1930년대 만주 무장투쟁 세력의 음모, 계략, 뒷이야기도 풍성해 “삼국지만큼 재미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