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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원내대표 몸수색, 전두환때도 없던 일”… 경호처 “매뉴얼대로”

입력 | 2020-10-29 03:00:00

[文대통령 시정연설]‘대통령-국회 환담’ 제1야당 불참
주호영, 피켓시위 후 늦게 도착하자
경호원, 손으로 더듬고 검색봉 대… 미리 입장 김태년 등은 수색 안해
朱 “특검질의 막으려 의도했나”




주호영, 박병석 국회의장에 항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의장과 면담한 후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환담회에 참석하려다 대통령경호처로부터 몸수색을 받고 항의의 뜻으로 환담회 참석을 거부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박병석 국회의장 등과 환담하는 동안 참석 대상인 제1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경호처로부터 몸수색을 당한 사건의 파장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즉각 청와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정치권에선 “거대 의석을 가진 여권 전반의 야당에 대한 인식이 드러났다”는 지적과 함께 정국이 한동안 냉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의 국회 도착 시간에 맞춰 진행된 소속 의원들의 피켓 시위를 지휘한 뒤 오전 9시 40분부터 사전 환담이 시작된 국회의장실에 3∼4분가량 늦게 도착했다. 같은 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여당이 수용하지 않는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환담 불참을 예고한 만큼 주 원내대표라도 당을 대표해 참석하기로 한 것.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정의당 김종철 대표, 김명수 대법원장과 정세균 국무총리 등은 문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에 몸수색을 받지 않고 의장실로 들어간 뒤였다. 박 의장과 문 대통령이 함께 입장하자 의장실 문은 닫혔다.

문 대통령이 이미 들어간 국회의장실로 주 원내대표가 입장하려 하자 문 밖에 있던 경호처 요원들이 신분 확인을 요구하면서 “양복 주머니에 뭐가 있냐”고 물었다. 이에 주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휴대전화다”라고 답하자 경호관은 손으로 주 원내대표의 몸을 더듬으며 수색을 진행했다. 이후 검색봉(스캐너)까지 몸에 갖다대자 주 원내대표는 “수색당하면서까지 들어갈 수 없다”며 돌아서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이 내용을 접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박 의장에게 격렬히 항의했다. 박 의장은 “사실 확인을 한 뒤 청와대에 합당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히며 의원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한동안 고성이 이어져 문 대통령은 연설 전 2분간 서서 기다렸다.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국민과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를 하겠다며 대통령이 국회에 왔으면서, 청와대는 전례 없는 몸수색으로 ‘재인산성’만 쌓았다”며 청와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과거 국회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며 전두환 대통령 때도 이렇게 안 했다”(정진석 의원)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특검 문제 등을 질의할 예정이었는데, 나의 입장을 막기 위한 의도된 도발인지 챙겨봐야 한다”고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박 의장은 주 원내대표를 따로 만나 “국회 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미안하다. 경위를 밝혀 책임질 만한 일이 있으면 책임을 물어 달라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요청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이날 오후 대통령경호처는 입장문을 내 “경호처장은 ‘현장 경호 검색요원이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유감을 표했다”고 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경호처는 “국회 행사의 경우 5부 요인과 정당 대표 등에 대해서는 검색을 면제하고 있지만 원내대표는 면제 대상이 아니다”라며 “당 대표와 동반 출입 시 관례상 검색 면제를 했지만, 주 원내대표는 홀로 환담장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경호업무 지침은 이전 정부 시절 만들어졌다”며 전 정부에도 화살을 돌렸다.

주 원내대표 혼자 늦게 도착한 게 사건의 원인이란 취지의 경호처 설명에 국민의힘은 “야당 원내대표는 관례상 신원 확인 면제 대상임은 이미 공유된 상황”이라며 “청와대 의전경호 매뉴얼을 사전 안내도 없이 야당 원내대표에게만 적용했다는 설명은 어불성설”이라고 받아쳤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도 매뉴얼이 있긴 했지만 관례상 참석 대상자인 야당 의원들을 수색 대상으로 삼진 않았다”고 반박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윤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