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찬음료, 위장기능 저하-혈관 수축 따뜻한 물, 신진대사 원활-면역력 증강
‘얼죽아’라는 말이 있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만 마시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른바 ‘얼죽아’들은 날씨가 추워져도 얼음이 가득 든 아이스커피를 주문한다. 실제 국내에서는 따뜻한 커피보다 차가운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지난해 판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아이스커피 음료가 64%, 따뜻한 커피 음료가 36%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10명 중 6명이 아이스커피를 주문한 것이다.
전문가들도 겨울철 차가운 음료나 물을 많이 마시면 위장 기능이 저하되고, 혈관이 수축돼 수족냉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겨울철 차가운 음료를 많이 마실 경우 위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위장 기능이 떨어지면 복통이나 설사 뿐만 아니라 소화 장애나 위장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장동민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하늘땅한의원 원장)은 29일 “배는 무조건 따뜻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있다”며 “배가 차면 위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복통이나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여름철에 찬 거 많이 먹으면 배탈 난다고 하는 이유가 배가 차지기 때문”이라며 “위장 기능과 면역을 위해서도 배는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페루에서는 한 축구경기에 참가한 선수가 찬물을 급하게 들이켰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장동민 대변인은 “겨울철 찬 음료를 많이 마셔서 혈관이 수축돼 수족냉증 등을 유발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며 “수족냉증이나 손, 발이 하얘지는 것은 결국 혈액이 제대로 순환이 안 되는 것인데 차가운 음료는 혈액의 순환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면역력 증강에도 도움을 준다.
해외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사 전 500㎖의 물을 마시면 신진대사가 30% 증가하고, 물의 온도를 22ºC에서 37ºC로 높이면 신진대사는 4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30%나 약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결국 환절기에 따뜻한 물을 자주마시면 체온이 높아지면서 면역력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여름철에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며 삼계탕과 같은 보양식을 먹으며 더위를 이겨낸다. 이와 비슷한 원리로 겨울철에는 ‘이한치한(以寒治寒)’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식도락가들은 시원한 냉면은 추운 겨울철에 먹어야 제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겨울철 찬 음식을 자주, 많이 먹는 것 또한 몸에 좋지 않다. 찬 음식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몸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장 대변인은 “몸 속 순환이 잘 안 되서 화가 농축돼 있을 때에 한해 차가운 것이 열을 식혀주기 때문에 치료적 요법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철에 삼계탕을 먹는 이유는 여름철에는 몸 외부가 뜨거워져 거기에 대항하기 위해 뱃속이 차가워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경우 배가 차가워지지 말라고 따뜻한 성질의 인삼, 황기, 닭 등 뱃속을 따뜻하데 해주는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역으로 생각하며 겨울철에는 뱃속에 열이 많아지기 쉬우니 평소 열이 많은 사람은 이를 식혀주기 위해 냉면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서도 “이같은 경우에도 단순히 음식의 온도가 낮다기 보다는 메밀과 같은 찬성질의 음식을 먹는 것이 예외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겨울철에 차가운 것을 먹는 것은 이같이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는 것이지 장기적으로는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