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5위 수준의 제조업 강국이다. 특히 생활 속에서 이용하는 대부분의 제품을 자체적으로 생산 가능할 정도로 탄탄한 제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한국이 그나마 선방할 수 있었던 것도 마스크를 비롯한 각종 의료용품을 빠르게 생산 가능한 한국 기업들의 역량 덕분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온로봇 코리아 최민석 대표 (출처=온로봇)
이와 더불어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제조현장의 디지털화, 그리고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계의 효율성과 사람의 창의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로봇 팔 형태의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s)이 있다. 그리고 그리퍼(로봇의 손가락)나 비전 카메라(사물 감지), 센서(힘 감지), 툴 체인저(작업 전환) 등의 하드웨어 및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등의 형태로 협동로봇과 결합하여 효용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협업 애플리케이션(collaborative application) 생태계 역시 중요도를 더하고 있다.
취재진은 협업 애플리케이션 전문업체 ‘온로봇(OnRobot)’ 한국지사 최민석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협업 애플리케이션의 발전 상황,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기업의 전략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온로봇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Q2. 협업 애플리케이션은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이를 통해 무엇을 추구하는가?
: 협업 애플리케이션은 자동화 공정 전반과 관련한 프로세스, 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기존의 공장 자동화는 단순히 사람을 기계로 대체하는 무인화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우리는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자동화를 추구한다.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단순 반복작업은 로봇이 하고, 사람은 더 창의적인 일을 담당한다. 쉽게 말하자면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면 된다.
Q3. 온로봇의 대표적인 제품은 무엇이며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 주력 제품은 RG2 투핑거 그리퍼, VG10 전기 진공 그리퍼 등이다. 그리고 온로봇 샌더 역시 디버링(연마) 및 폴리싱(광택) 작업용으로 호응도가 높다. 이를 이용하면 기존에 사람이 하던 차량 광택 같은 작업을 로봇이 할 수 있다.
온로봇의 대표 제품인 (좌측부터) RG2, VG10, 샌더, VGC10 (출처=온로봇)
온로봇 제품은 단순 반복 작업 기능 외에 크기나 무게 등을 인식할 수 있는 제품과 소프트웨어도 포함되어 있어 별도의 비용 없이 빠르게 작업에 투입할 수 있다. 특히 VG10, VGC10 전기 진공 그리퍼 제품군의 경우는 진공의 힘으로 제품을 흡착해 작업이 가능한데, 외부 컴프레서가 필요하지 않은 내장형이다. 이런 특성 덕분에 온로봇 제품은 설치나 이동, 전환배치가 간편하고 비용 효율도 높다.
그리고 온로봇의 협업 애플리케이션은 2개 이상의 제품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를테면 HEX 센서와 RG2 그리퍼를 함께 이용할 경우, 무게를 감지하면서 물체를 옮길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무게가 일정하지 않은 불량품을 걸러내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 방식으론 더 많은 시간과 인프라가 필요했을 테니 이는 곧 생산성 향상 및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Q4. 주로 어떤 기업들이 온로봇의 제품에 관심을 갖는가?
: 예전의 로봇 시장은 주로 대기업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대기업의 협력업체들, 그리고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많아졌다. 육가공 식품업체와 같이 예전에는 로봇을 그다지 쓰지 않았던 분야의 구매 의뢰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아무래도 비용효율적 측면에서 이점이 많고 일부 개조를 통해 다양한 곳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온로봇의 그리퍼만 보더라도 단순히 물건을 집는 용도 외에 무게를 감지해 그에 맞는 맞춤형 공정이 가능하다. 제품 하나로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는 협업 애플리케이션의 장점 덕분이다.
: 아직 서비스 분야에서 도입 사례는 적은 편이지만 해외에서는 협동로봇과 그리퍼를 결합해 바리스타를 돕는 서비스용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한 사례도 있다. 그 외에 호텔에서 스크램블이나 오믈렛을 만드는 데 이용하기도 했는데 이런 건 온로봇에서 의도한 것은 아니고 제품 특성에 우리 고객들의 창의력이 더해진 결과다. 앞으로 이런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Q6.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제조 현장 역시 비대면 환경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로봇 기반 자동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 식음료 업계에서 눈에 띄는 반응이 있다. 제조나 포장 작업에 이용할 협업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찾는다. 픽 앤 플레이스(Pick and Place, 선별이동)용으로 RG2나 RG6, 팔레타이징(palletizing, 적재)용으로 VGC10의 선호도가 높다.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 스마트한 작업 환경을 꾸릴 수 있어 본격적인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기엔 부담스러운 중소기업에서 특히 유용하다.
온로봇 RG2 그리퍼의 적용 모습 (출처=IT동아)
Q7. 온로봇의 향후 전략은?
: 지금 당장 쓰이는 분야를 넘어 향후까지 우리의 솔루션만으로 고객의 모든 공정을 만족시킬 것이다. 우리가 내놓은 제품 중에는 수요가 천천히 증가하기 시작하는 제품도 있다. 이를테면 샌더나 HEX 힘/토크 센서, 스크류 드라이버 등이 그런 경우인데 이는 향후 예상되는 고객들의 요구까지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이런 선도적인 자세와 더불어 여러 협업로봇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비용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협력기업이 될 것이다.
Q8. 한국 시장에 임하는 온로봇의 자세는?
: 해외, 특히 서양 고객들은 우리가 제안하는 기능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 고객들은 그 외에 스스로 더 좋은 방안을 찾아 접목하곤 한다. 이른바 고객 주도형 솔루션이 되는 셈인데, 한국 고객들이 제품의 잠재역량까지 최대한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으면 다른 곳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개발된 게코 SP 흡착 그리퍼 (출처=온로봇)
그리고 한국 고객들의 요구는 본사에서도 세심히 살피며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게코 SP 흡착 그리퍼 같은 제품은 도마뱀의 발바닥에 창안해 만든 제품으로, 오염되지 않은 매끈한 표면에 사용하는데 이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Q9. 현재 온로봇의 국내 사업 성과는?
: 한국 진출이 2018년이고 지사 설립은 2019년 4월인데 그 즈음에 이미 전년 대비 300%나 성장했다. 올해는 8월 말에 이미 작년 말 수준의 매출을 달성했으니 최종적으로는 작년 대비 2배 이상의 성과를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미국이나 유럽 대비 코로나19의 영향이 적은 편인데, 제조업의 역량이 강하기 때문이다.
Q10. 고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 온로봇은 선두주자로서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퍼 제조사는 있지만 우리와 같은 스마트한 그리퍼를 만드는 업체는 없으며 샌더나 스크류 드라이버 역시 마찬가지로, 겉모습은 비슷할지라도 제품의 추구하는 바는 다르다. 내구성이나 가격경쟁력이 높을 뿐 아니라 스마트함까지 더했기 때문이다. 온로봇의 성장은 곧 협업 애플리케이션의 진화로 이어진다. 우리의 성장에 주목하신다면 더 간편하고 효율적인 자동화 및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지름길을 찾게 될 것이다. 많은 기대를 바란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