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20.10.29/뉴스1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7~9월)에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이라는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세트(가전, 스마트폰)와 부품(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골고루 힘을 발휘한 덕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례 없는 경영 불확실성을 유발했지만 그간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펜트업)하면서 실적에 날개를 달았다.
29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3분기 매출 66조9600억 원, 영업이익 12조3500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58%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이 10조 원을 돌파한 것도 2018년 4분기(10조8000억 원) 이후 약 2년 만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이 부진할 때 반도체가 실적을 이끄는 등 각 사업부가 서로 실적을 보완해주는 사업으로 구성돼있다”며 “3분기는 각 사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고른 활약을 보여 분기 최대 매출이란 신기록을 썼다”고 말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올해 내내 선방했던 반도체 사업은 3분기에도 좋은 성적을 냈다. D램, 낸드플래시의 평균 판매단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매출 18조8000억 원, 영업이익 5조5400억 원을 달성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원격교육 등 비대면 활동이 많아지고,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PC와 게임기 등의 판매량이 늘어난 덕분이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IM)사업부문 성적도 좋았다. 매출 30조4900억 원, 영업이익 4조4500억 원이었다. IM 부문 영업이익이 4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17년 2분기(4~6월·4조600억 원) 이후 13개 분기만이다. 코로나19로 태블릿이나 웨어러블 제품 판매가 증가한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갤럭시 노트20, 갤럭시 Z폴드2 등 프리미엄 신제품 모델이 인기를 끌면서 판매량이 늘어난 덕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휴대전화 판매량은 8800만 대 수준”이라며 “네트워크 사업의 경우 세계 1위 통신사업자인 미국 버라이즌과 8조 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이동통신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장 기반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전(CE) 사업부문은 코로나19로 상반기에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한 덕을 톡톡히 봤다. 국내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마다 TV 및 생활가전 수요가 크게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겨 1조56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4조900억 원 수준이다. 삼성전자 측은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역량을 바탕으로 각국 수요 증가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다만 4분기(10~12월) 실적전망은 불확실성이 크다. 화웨이의 반도체 재고 쌓기로 인한 일시적 수요가 끝났고 지금부터는 화웨이 수요의 대체처를 찾아야 한다. 4분기는 통상 스마트폰, 가전제품의 전통적 성수기로 꼽히지만 그만큼 마케팅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