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성 인하대병원 피부과 교수(왼쪽)가 피부 질환인 ‘건선 증상’으로 10여 년째 고생을 해 온 직장인 김모 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 씨는 팔과 다리 등에 붉고 거친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다 약물 처방 등의 치료를 받은 뒤 증상 이 좋아졌다. 인하대병원 제공
피부에 나타난 붉은 발진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 하얀 인설(鱗屑·피부에서 하얗게 떨어지는 살가죽의 부스러기)이 겹겹이 쌓일 정도로 심각했다.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이 전염성 피부병으로 인식해 자신을 멀리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달고 살아야 했다.
건선 증상은 군대 제대 후 갑작스레 나타났다.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면서 잠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 많아지면서 갑자기 생겼다. 가족력이 없어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은 심해졌다. 김 씨는 10년 동안 동네 피부과와 한의원을 다녔다. 약을 복용하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수시로 사용했다. 자외선을 쪼이는 치료도 받았다. 한의원에서는 면역력 강화에 좋다는 침도 맞고, 한약도 지어 먹었지만 차도가 없었다.
최광성 인하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경과를 듣고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동안 써왔던 약물과 연고는 내성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변화를 줬다.
최 교수는 우선 피부에 바르는 연고를 최근에 출시된 폼 형태의 치료제로 처방했다. 스테로이드와 비타민D 유도체의 복합제로 스테로이드 단독 제형의 연고에 비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에어로솔 폼 제형이어서 기존의 국소치료제형의 도포감을 꺼리는 환자에게 적합하다. 최 교수의 처방대로 약을 먹고, 연고를 바른 김 씨의 건선 증상은 급격히 좋아졌다. 치료를 시작한 지 1개월 만에 발진과 인설이 사라져 건강한 피부를 찾기 시작했다. 김 씨는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에서 아내의 권유로 인하대병원을 찾았는데 최 교수의 진료와 처방에 따라 건선 증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건선은 대표적인 만성피부질환으로 한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고 재발과 호전이 반복되는 난치성 질환이다. 정도가 심하면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국내 건선 환자 수는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6만8688명이다.
건선 환자의 주 치료제로 사용되는 국소도포제는 환자 순응도에 따라 효과가 좌우된다. 병변 부위에 따라 폼, 겔, 연고 등을 적절하게 적용해야 한다. 중증환자라면 동반되는 질환을 고려해 치료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건선 환자의 약 10%는 관절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방치하면 여러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어 초기에 전문의를 찾아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최 교수는 “최근 들어 건선 치료에 피부 개선 효과가 탁월하고 장기간 투여해도 안전한 치료제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며 “중증 환자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깨끗한 피부를 되찾을 수 있는 만큼 치료를 망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