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이 손배소 내자 대리인 맡아 서울중앙지법 재판에 참석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가 2018년 10월 30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대법원 재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늘(10월 30일)은 이 판결이 나온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일본제철이 이 씨 등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당시 판결 이후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도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혁중기자 sajinman@donga.com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9단독 장동민 판사는 강제징용 피해자 A 씨의 아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이 “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을 하루 앞두고 열린 재판이었다.
이 재판에는 A 씨의 손자인 B 판사가 소송대리를 맡아 원고인 아버지를 대신해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현직 판사라도 배상 청구액이 1억 원 이하이고 당사자와 친족관계인 경우 등 법적 요건을 충족하면 소송대리인을 맡을 수 있다.
피고 일본제철이 소장을 받지 않으며 시간을 끌자 재판부는 올 3월 공시송달을 결정해 일본제철이 소장을 받아본 것으로 간주하고 피고 측 출석 없이도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자 일본제철은 올 6월 과거 선임했던 김앤장 변호사를 다시 선임해 소송에 참여했다.
B 판사는 야하다 제철소 측 공문 등 할아버지의 강제징용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위원회’에서 2009년 A 씨에게 발급한 위로금 등 지급 결정서도 제출됐다. A 씨가 2004년 설립된 국무총리 직속기구인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에서 2007년 심의를 받은 조서도 있다.
이날 재판에서 일본제철 측은 원고의 소 제기 기한이 지나 소송이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제징용 사건 판례상 청구권 소멸시효는 3년이므로 2012년 첫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3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8년 대법원의 재상고심 판결을 시효 계산의 시작점으로 보아 2021년 10월까지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례도 있다. 재판부는 이 쟁점에 대한 새로운 대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보류하기로 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