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을 같게 해 순(純)배출량을 제로(0)로 맞추는 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언급한 것이다. 2050년 탄소중립은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권고한 목표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동의한 나라들은 올해 말까지 이와 관련한 비전 및 달성 방안을 내야 한다.
▷문 대통령에 이틀 앞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내놨다. 일본 언론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본 전력 생산의 77%를 차지하는 석탄·석유·액화천연가스(LNG) 등 화력발전 비중을 낮추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6%까지 떨어진 원전 가동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지난달 시진핑 국가주석이 유엔 연설에서 2060년을 탄소중립 실현 시점으로 제시한 중국도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하는 동시에 현재 48기인 원전을 10년 안에 110개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한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원전을 늘리지 않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탄소 감축은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앞으로 30년간 각국은 자국에 주어진 자연환경, 산업 경쟁력 등을 고려해 유리한 선택을 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일 것이다. 현실적이고 치밀한 전략 없이 ‘착한 나라’ 되는 데에만 신경 쓰다간 산업 경쟁력 약화, 일자리 상실 같은 후유증을 피하기 어렵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