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Heidi Klum.com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어원은 앵글로색슨어로 성인(聖人)을 뜻하는 ‘Hallow’에 모든 성인의 전야제 ‘All Hallows′ Eve’를 줄여 핼러윈(Halloween)이 되었습니다. 매년 10월 31일 핼러윈데이에는 죽은 영혼이 산 자들 사이를 다니며 1년간 머무르고 싶은 상대를 고른다고 믿었죠. 그래서 그것들을 막기 위해 유령이나 귀신처럼 위장한 것이 점차 지금의 핼러윈 패션으로 발전됐습니다.
핼러윈 패션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선호하는 핼러윈 패션은 영화 속 등장인물들입니다. 초기에는 오즈의 마법사, 드라큘라, 애덤스 패밀리, 고스트 버스터스 등 주로 전통적인 핼러윈 캐릭터와 관련된 패션이 주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슈렉이나 겨울왕국의 엘사 같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또는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 같은 슈퍼 히어로도 인기입니다. 시대를 대변하는 캐릭터도 빼놓을 수 없죠. 아마 작년 핼러윈 패션의 최강자는 바로 조커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과 악이 모호한 사회 그리고 부조리와 불합리한 사회에 저항하는 조커의 패션이 큰 공감을 얻었던 게 아닐까요. 또한 저번 미국 대통령 선거 전 핼러윈 때는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가면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가면 중에서 트럼프 후보의 가면이 더 많이 팔렸다고 합니다. 이제는 핼러윈 패션이 그 시대 인기의 척도가 된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핼러윈 패션을 맘 놓고 즐길 순 없죠. 비대면인 언택트 문화와 집에서 즐기는 홈파티가 예전의 핼러윈을 대신해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악령을 피하기 위해 위장했던 핼러윈 패션이 현대에 와서는 가면무도회처럼 일탈의 즐거움으로 발전했듯이 갑작스레 변화한 이 시대에는 어떠한 뉴노멀의 핼러윈 패션이 등장할지 기대됩니다. 헬로 핼러윈 패션!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