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불멸의 228골’ 이동국 월드컵 제대로 활약 못해 아쉬움 우타자 최다 2209안타 김태균 KS 우승 이끌지 못해 큰 짐으로
이동국
《프로축구의 이동국과 프로야구의 김태균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각각 23년, 20년을 프로 선수로 살아오며 각종 기록을 보유한 것은 물론이고 ‘연봉킹’ 자리에도 올랐지만 풀지 못한 한도 있다. 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별들이 마지막까지 아쉬워했던 것은 무엇일까.》
“나도 내 나이를 들으면 깜짝 놀란다.”
올 시즌을 끝으로 23년간의 프로 생활을 마감하는 ‘라이언 킹’ 이동국(41·전북). 1998년 혜성처럼 프로축구 K리그에 데뷔한 후 실패와 재기를 반복해 온 그는 나이를 잊고 살았다고 했다. “멀리 내다보고 살지는 않았다. 아픈 과거를 잊지 않고 눈앞의 경기에만 집중한 것이 ‘롱런’의 비결”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아픔들은 ‘게으른 천재’를 ‘불멸의 오뚝이’로 변화시켰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함께 연습 때도 실전처럼 몸을 던지며 기회(경기 출전 등)의 소중함을 아는 선수가 된 것이다. 월드컵에선 불운이 겹쳤지만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늘 간직한 이동국은 국내 선수 중 역대 최장 기간 국가대표팀 발탁 기록(20년·A매치 105경기 33골)을 남겼다. 그는 “힘들 때는 나보다 더 큰 좌절을 겪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들보다는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한 후 7번의 K리그 우승을 달성한 이동국은 다음 달 1일 대구와의 올 시즌 최종전으로 작별을 고한다. 이 경기에서 선두 전북은 비기기만 해도 사상 첫 정규리그 4연패를 달성한다. 이동국과 함께 울고 웃었던 팬들도 이별 준비를 마쳤다. 축구 팬 김영진 씨(34)는 “이동국 하면 장기인 발리슛으로 많은 골을 넣은 화려한 플레이로 유명하지만 쓰러져도 오뚝이처럼 일어선 모습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금메달) 등 대표팀의 중심 타자로 활약했던 김태균은 KBO리그에도 많은 발자국을 남겼다. 역대 최다 안타 3위(2209안타), 최다 누타 4위(3577루타) 등 주요 부문 상위권에 올라 있다. 2209안타는 오른손 타자로는 리그 최다 기록.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은 “장타력이 있는 타자는 선구안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김태균은 모두 갖췄다”고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그의 모습은 귀감이 되고 있다. 타격이 잘되지 않았을 때는 너무 잠이 안 와 방망이를 안고 잠을 청했을 정도로 야구에 대한 절박함을 지녔다. 그는 은퇴를 결심하고도 구단이 공식 발표할 때까지 2군에서 평소처럼 훈련을 했다. 열심히 준비하는 후배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앞으로 단장 보좌 역할을 맡는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우승을 묵묵히 돕겠다는 각오다. 한화 팬 이정훈 씨(41)는 “팀 성적에 대한 아쉬움에도 4번 타자로 꿋꿋이 팀을 이끌었던 김태균은 팬들의 마음속에는 90점이 넘는 한화 레전드”라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