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용 씨(오른쪽)는 “자영업자들이 어려울 때 일수록 건강을 챙겨야 한다. 건강해야 힘는 시기를 견딜 수 있다”며 달리기를 권유했다. 한길용 씨 제공.
경기도 안양 석수역 근처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길용 씨(57)는 요즘 새벽 1시까지 일하고 두 시간 정도 눈을 부친 뒤 5시부터 목동마라톤교실에 나가 2시간을 달린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좀 더 잔 뒤 오후에 일터로 나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으로 매출이 급격히 떨어져 힘들어 다소 방황했지만 달리면서 스트레스도 떨치고 건강도 챙기고 있다.
“코로나 19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운동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사람들을 만나지 말라고 하니 움츠러든 측면도 있었다. 그 때 살이 확 쪘다. 이러다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끝나고 2단계, 1단계로 떨어진 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 달리니까 활력이 생긴다.”
한 씨는 2003년 초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어머니가 고혈압으로 돌아가시는 등 가족력이 있어 혈압이 높았고 혈당 등 모든 수치가 좋지 않아 병원에서 운동을 권했다. 당시 체중이 80kg까지 나갔었다.
한길용 씨(오른쪽)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지만 매일 새벽 2시간 씩 달리며 건강도 다지고 삶의 의욕도 키우고 있다. 한길용 씨 제공.
“마라톤 완주는 성취감을 준다. 완주를 했을 때 그간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보람을 새롭게 느낀다.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뿌듯함도 있다. 그래서 다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다.”
2005년부터 동아마라톤사무국에서 ‘풀뿌리 마라톤’ 발전을 위해 서브스리 기록들 달성하는 주자들에게 수여하는 ‘명예의 전당’에 2006년 가입했다. 당시 동아마라톤 주최사인 동아일보사는 국내 마라톤 인구 저변 확대와 풀뿌리 마라토너들의 기록 향상을 위해 ‘동아일보 마스터스 명예의 전당’이란 타이틀을 만들었다. 서브스리를 기록한 마라토너에게 증서와 동아마라톤 로고가 들어간 18K ‘서브스리 인증 배지’를 수여했다. 그 첫 대회가 2005년 동아일보 경주오픈마라톤이었다. 한 씨는 2005년 경주오픈마라톤에 참가하지 않아 이듬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 51분13초를 기록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 45분 53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는 등 2013년까지 10회 연속 ‘서브스리’를 기록했다.
한길용 씨는 1963년 토끼띠로 토끼띠마라톤클럽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한길용 씨 제공.
하지만 2014년부터 사업이 어려워져 대회 출전을 자제했다. 달리기는 했지만 일단 사업에 집중한 것이다. 2017넌 가을 다시 풀코스에 도전해 2시간 58분대, 2018년 가을에 2시간 54분대를 기록하는 등 다시 실력을 과시했다. 2019년 동아마라톤을 앞두고 무리하다 부상을 입었고 올해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몸이 예전을 돌아갔던 것이다.
“코로나19에 스트레스 받고 방심하는 사이에 체중이 78kg까지 치솟았다. 건강을 보여주는 수치들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사실 삶이 힘들어지면서 운동을 하지 않으니까 걷는 것도, 일하는 것도 힘들었었다. 다시 달리니 삶에 활력이 생겼다. 며칠 만에 체중이 3, 4kg 빠지니 몸도 개운해졌다. 조만간 다시 전성기 때 몸을 만들겠다.”
한길용 씨가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역주하고 있다. 그는 이날 2시간 45분 53초의 풀코스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한길용 씨 제공.
“자영업자들이 정말 힘든 시기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여파로 힘겨워 하다보니 건강을 잃고 있다. 먹고 살기 힘겹다고 자포자기 하면 안 된다.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겨야 버틸 수 있다. 코로나19가 우리를 힘겹게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인간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했다. 조만간 이 난국도 이겨낼 것이다. 그 때까지 버티려면 건강해야 한다. 그러려면 달려야 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