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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탁’ 벽 두드린 네자녀 엄마 23시간만에 구조

입력 | 2020-11-02 03:00:00

터키 강진 현장서 줄잇는 ‘기적’




“이제 살았다” 지난달 30일 규모 7.0 지진이 발생한 터키 서부 이즈미르주에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던 일곱 살 여자아이가 다음 날 구조되고 있다. 이즈미르=AP 뉴시스

지진으로 무너진 캄캄한 건물의 잔해 아래 갇힌 가족. 네 아이와 함께 갑자기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 30대 엄마는 필사의 힘을 다해 건물 벽을 두들겼다. 생존자를 찾던 구조대의 귀에 이 소리가 들렸다. 구조대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잔해를 파고 들어갔고, 이어 여성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터키에서 지난달 30일 발생한 진도 7.0의 강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잔해 아래 묻힌 네 아이의 엄마 세헤르 페린체크 씨(38)는 23시간 만에 구조됐다. 그는 사고 당시 11세 쌍둥이와 7세 아들, 세 살배기 딸과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렸다. 그러나 몇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벽을 두들긴 끝에 다시 빛을 마주하게 됐다. 엄마와 쌍둥이는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안타깝게도 7세 아들은 숨진 채 발견됐다. 막내딸 엘리프는 여전히 실종 상태다. 사연을 접한 사람들은 “엘리프가 하루빨리 우리 곁으로 돌아오길 기도합니다”란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기적을 바라고 있다. 터키에서는 아직 180여 명이 건물 잔해 속에 매몰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극적인 생존자 소식도 이어졌다. 터키에선 17시간 동안 8층 아파트 잔해에 갇혀 있던 인치 오칸 양(16)이 반려견과 함께 구조됐다. 오칸 양은 “건물 잔해 속 공간은 나와 반려견에게도 좁았다. 사고 당시 아버지가 집에 안 계셨던 사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 70대 남성은 33시간 동안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 있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1시 51분경(현지 시간) 그리스 사모스섬 카를로바시온 마을에서 14km 떨어진 에게해의 깊이 21km 지점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470차례의 여진이 이어졌고 그중 35차례는 규모 4.0 이상이었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최소 5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 중 51명이 터키에서 나왔다. 그리스에서는 10대 소년과 소녀 두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터키와 그리스 당국 집계 기준으로 부상자는 900여 명이다. 터키에서만 5700여 명의 구조대원이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