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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범” 법정 자백 이춘재…“손 예쁜 여자가 좋아” 황당 답변

입력 | 2020-11-02 16:00:00

© News1


희대의 살인마 이춘재(57)가 2일 법정에서 “(내가)연쇄살인 사건 진범이 맞다”고 법정에서 자백했다.

이춘재는 이날 오후 수원지법에서 열린 연쇄살인 8차사건 재심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여성 프로파일러가 진실을 이야기해달라고 해 14건(살인)에 대해서 털어놨다”며 이같이 증언했다.

푸른색 수의에 짧은 머리,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이춘재는 증인석에 자리했고, 판사가 ‘오늘 어떠한 이유로 이 법정에 서게 됐는지 알고 있느냐’고 묻자 무덤덤한 목소리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증인신문 절차에 따라 “거짓말 시 위증의 벌을 받겠다”는 선서 후 착석했다.

증인신문은 연쇄살인 8차 사건 진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53)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의 질문으로 시작됐다.

이춘재는 박 변호사 질문에 따라 지난 26년간 부산교도소에서 복역하면서 모범수가 되고, 작업반장 등의 역할을 맡게 된 과정 등을 설명했다.

그는 복역 기간 외부 봉사활동을 나간 적 있고, 교도소에서 징벌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또 가족의 면회 또는 전화통화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했었으나 범행 자백 후 단 한차례도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박 변호사가 자백 계기를 묻자 “경찰이 유전자 감식한 결과를 가지고 와서 조사를 했는데, 첫날은 진술하지 않았다”며 “그 다음에 형사인줄 알았던 여성 프로파일러가 진실을 이야기 해달라고 해 자백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경찰은)연쇄살인사건 10건 중 9건(8차 제외)에 대해 증언하라고 했는데, 그걸 빼고 진술하면 진실이 될 수 없어서 범행 모두를 자백했다”고 덧붙였다.

이춘재는 자백 당시 ‘왜 프로파일러의 손을 만졌냐“는 박 변호사 질문에 ”손이 예뻐서 그랬다. 얼굴이나 몸매는 보지 않는다. 손이 예쁜 여자가 좋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박 변호사가 ’범행 대상도 손과 관련이 있나‘고 묻자 ”그런 거와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춘재는 이날 8차 사건을 비롯해 화성 초등생 실종(살해) 사건 범행 당시의 상황과 행적 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했다.

그러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더듬는 말투로 ”대문이 열려 있어 들어갔고, 가다보니 문이 있길래 들여다봤다(8차 사건)“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를 마주치고 도망치길래 그랬다. 내버려 두면 제 (이전)범행이 노출될 것이라고 생각했다(화성 초등생 사건)“이라고만 답했다. 성적 충동이나 범행 욕구 등 통상의 성범죄자들에게서 추론할 수 있는 ’동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범행 이후 사건 현장을 지나면서 떠오르는 것은 없었냐‘는 질문엔 ”특별히 느껴진 것 없었고, 떠오르는 것도 없었다“고 답해 과거 자신의 범죄에 대해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피해자와 유가족에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저의 자백으로 그나마 마음의 평안을 찾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춘재가 증인으로 출석한 연쇄살인 8차 사건 공판은 방청객 편의를 위해 주법정과 멀티법정(화면 중계) 두 곳으로 나눠 진행됐다. 담당 재판부는 앞서 언론의 이춘재 실물 촬영 요청에 대해 ’증인 신분‘이라는 이유 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중계 법정에 있던 방청객들은 이춘재를 짧은 순간이나마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쓰고 있던 마스크를 교체하는 과정에 드러난 그의 얼굴은 대중에게 알려진 몽타주(montage) 모습과 흡사했다. 흰머리가 성성했지만 쌍꺼풀 없는 눈매에 큰 코, 갸름한 얼굴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증인신문은 변호인과 검찰 양측이 약 2시간씩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발생했다. 박모양(당시 13세)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과거 이 사건 진범으로 몰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씨는 이후 감형돼 수감 20년만인 2009년 8월 출소했다.

이춘재는 지난해 9월,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의 살인사건 모두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했고 이에 윤씨는 지난해 11월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수원=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