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부터 70대까지 여성을 강간·살해·유기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34년 만에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하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2020.11.2/뉴스1 © News1
희대의 연쇄살인범 이춘재(57)가 자신의 범행을 영화로 다룬 ‘살인의 추억’을 보고도 별다른 마음의 동요가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춘재는 2일 오후 수원지법에서 열린 연쇄살인 8차 사건 진범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53) 재심 사건 증인으로 출석해 “복역 중 ‘살인의 추억’을 봤다”고 말했다.
윤씨 측 박준영 변호사가 ‘그때 느낌이 어땠냐’고 묻자 “그냥 영화로서 봤다. 느낌·감흥 같은 거 없었다”고 답했다.
영화 뿐 아니라 자신의 범행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거에 관심 갖고 생활하지 않았다. 얽매이지 않았고,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덤덤히 말했다.
동기를 묻는 질문엔 “나도 잘 모르겠다. 아직도 명확한 해답을 못찾았다. 내 의지와 상관 없이 그랬던 것 같다”고 했고, 과정에 대해서도 “계획한적이 한 번도 없다. 그냥 즉흥적인 게 많았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대부분 살인사건이 성범죄 후 발생했는데 성욕때문이 아니었냐’는 질문에도 “성욕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은 해본적 없다”고 주장했다.
스타킹 결박·속옷 재갈 등을 한 이유에 대해선 “결박은 반항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재갈은 소리지르지 못하게 하려 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머리에 속옷을 뒤집어 씌운 것은 나를 못보게 하려 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이춘재가 증인으로 출석한 연쇄살인 8차 사건 공판은 방청객 편의를 위해 주법정과 멀티법정(화면 중계) 두 곳으로 나눠 진행됐다. 담당 재판부는 앞서 언론의 이춘재 실물 촬영 요청에 대해 ‘증인 신분’이라는 이유 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발생했다. 박모양(당시 13세)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과거 이 사건 진범으로 몰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씨는 이후 감형돼 수감 20년만인 2009년 8월 출소했다.
이춘재는 지난해 9월,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의 살인사건 모두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했고 이에 윤씨는 지난해 11월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