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사건 맡은 경찰 두고 “보여주기식 수사” “다시는 살인 안해…성실하게 수감 생활 중”
이춘재가 출석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연쇄살인범 이춘재(57)가 자신의 범행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고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경기 화성에서 발생한 10건의 살인 사건으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잘 알려졌다. 봉준호 감독은 당시 장기 미제 상태였던 해당 사건을 모티프로 한 ‘살인의 추억’(2003)을 연출해 관객 525만여 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국민들에게는 잊혀져 가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재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춘재는 2일 오후 수원지법에서 열린 연쇄살인 8차 사건 진범으로 몰려 옥살이한 윤성여 씨(53)의 재심 사건 증인으로 출석했다.
자신의 범행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관심 갖고 생활하지 않았다. 얽매이지 않았고 개의치도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이춘재는 연쇄살인 범행 동기와 과정, 결과 등에 대해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동기를 묻자 그는 “나도 잘 모르겠다.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랬던 것 같다”면서 “(범행 과정을) 계획한 적이 없다. 즉흥적인 게 많았다”고 했다.
범인으로 몰려 20년을 복역한 윤성여 씨(54).
한편 이춘재의 연쇄살인 8차 범행은 지난 1988년 9월 화성군(현 화성시) 태안읍의 한 가정집에서 A 양(당시 13세)이 성폭행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감형돼 수감 20년만인 지난 2009년 8월 출소했다.
이춘재는 지난해 9월 연쇄살인 8차 사건을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했고 이에 윤 씨는 지난해 11월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