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自家와 임대주택 혼재된 시장
전세가 상한제로 공급 줄어들 가능성
장기민간임대 벽 허물며 가격도 불안
정책이 길 잃었다면 돌아나와야 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요즘은 정부와 여당이 검증받지 않은 정책적인 선택들을 밀어붙이니 작년에 물러난 김수현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면 어디까지 갔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김 전 실장의 생각은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서는 최소한 조심스러운 견지를 두고 있었다. 이유는 자본 차익으로 임대소득을 대신하는 국내 전세제도가 월세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해외의 임대료 규제를 수용하기에는 예상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택시장은 해외 주택시장과 얼마나 다를까? 그것이 전세의 존재 때문일 수도 있으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자가 주택시장과 주택 임대시장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해외의 경우 공동주택은 주로 임대주택으로 소비되고 단독주택은 주로 자가 목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단독주택의 90% 이상을 자가 가구가 차지하는 반면 공동주택의 70% 이상은 임차가구가 소비하고 있다. 분리도가 높은 자가시장과 임대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임차가구가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의 약 40%를 소비하고, 단독주택의 55%를 소비하고 있다. 모든 주택 유형에서 차가가구와 자가가구가 경쟁하는 혼재된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들 국내 주택시장에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의 근거로 한국인들의 부동산 소유에 대한 욕구가 지나치고 그 증거로 일반 가계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 중 75%가 부동산이라는 점을 든다. 과연 그럴까? 국내의 특이한 구조는 기업화된 임대사업자의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전체 임대주택의 80% 이상을 개인이 소유하여 공급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도 개인 민간임대사업자의 비중이 낮지는 않아 일본과 독일 같은 경우는 60% 남짓이다. 일반가계의 부동산 자산 비율이 40% 미만인 미국은 오히려 기업형 민간임대사업자가 절반 이상의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개인자산 중 부동산자산의 비중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한동안 비난의 대상이 된 법인 민간임대사업자가 육성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김수현 실장이 수용했던 등록임대사업자 확대 정책이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국내 자가시장과 차가시장이 혼재된 구조를 점차적으로 분리하여 안정적인 임대시장을 조성할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구해야 할 정책이었다. 결국 거래 가능한 주택이 부족하다고 마녀사냥 하듯 장기 민간임대의 벽을 허문다고 가격이 안정되지도 못했다. 그나마 지금 전세시장에서 발 뻗고 자는 사람은 등록임대사업자가 임대하는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이다.
‘가끔씩 시장이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자기를 곡해하고 잘못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여지없이 그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6년 필자가 동아일보 시론에 썼던 문장이다. 14년이 지났는데 달라진 게 없다. 야간 행군 중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많은 부대원을 이끄는 부대장이 취해야 할 합리적인 선택은 체면이 깎이더라도 들어간 길로 돌아 나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