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참전유공자 무료 촬영
노병 40명 가슴에 훈장 달고 웃어야 잘나온다는 말에 빙그레
“잊지않고 도와주니…” 눈시울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보훈회관에서 6·25 참전 유공자 김효태 씨(86)가 존영 촬영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서 있다. 김 씨는 19세에 육군 7169부대 8사단에 입대해 평안남도 등에서 전쟁을 치렀다. 구로구 제공
1950년 6월 전쟁이 일어나던 때 이 씨는 스무 살이었다. 함경남도 원산에서 월남해 국군에 입대한 그는 해안경비대 소속으로 소해정 507호에서 수뢰 거두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전쟁은 끝났지만 “3개월 안에 오겠다”던 가족에게 돌아갈 길은 막혀 있었다. 홀로 한국에 정착한 그는 이후 월남전에도 참전했다고 한다. 이 씨는 “70년도 지난 일을 젊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도와준다고 하니 얼마나 고맙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참전 유공자 40명이 자신의 존영(尊影·사진이나 화상의 높임말)을 찍기 위해 서울 구로구 보훈회관에 모였다. 참전 유공자임을 알리는 훈장을 단 이들은 이름 석 자가 호명되면 단상으로 걸어 나가 카메라 앞에 섰다. 평균 연령 90세, 백수(白壽)를 앞둔 유공자 대부분은 이번에 찍은 존영을 영정으로 쓸 예정이다.
참전 유공자의 ‘마지막 모습’을 남기는 존영 촬영 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국제 비정부기구(NGO) 단체 ‘해피피플’이 처음 아이디어를 냈고 구로구, 육군본부와 함께 KB국민은행의 후원을 받아 기획했다. 150만 명이던 참전 유공자 중 생존자(올 6월 기준)는 8만 명에 불과하다. 약 1년간 전국 유공자지회에서 400명의 존영 촬영을 해온 해피피플 신인철 간사는 “한 해 2만∼3만 명의 유공자가 돌아가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기록을 남겨드리고 싶다는 취지로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당초 행사는 8월에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촬영이 3개월가량 미뤄졌다고 했다. 구로지회만 해도 처음엔 신청자가 150명이 넘었지만 29일 촬영장에 나온 유공자는 40명에 불과했다. 그 사이 유명을 달리한 어르신도 있다고 했다. 촬영을 담당한 사진작가 윤대진 씨는 “더 빨리 찍어드렸으면 건강하실 때 모습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6·25 참전 유공자회 구로지회 이홍균 회장은 “거동이 불편해 오고 싶어도 못 온 유공자가 많아 아쉽지만 이제라도 이런 행사를 마련해주어 무척 고맙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